[지지대] 개헌 해프닝

얼마 전 중국 방문 길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개헌 불가피론을 작심발언 했다가 개헌 논의 자체를 반대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과한 적이 있다. 김 대표는 “저의 불찰”이라고까지 했다.

그가 중국에서 박 대통령에게 사과했을 당시, 대통령은 이탈리아서 열린 ASEM 회의에 참석 중이었다. 이를 두고 김 대표 발언을 환영하며 한술 더 떠 ‘개헌특위’를 제안했던 우윤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집권 여당 대표의 대통령에 대한 사과는 제왕적 대통령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한다”고 꼬집었다.

대통령은 민생에 국력을 올인 해야할 상황에 개헌 논의를 한답시고 국론을 분열케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편, 국민들은 생각해 본다. 과연 헌법을 개정해야 할 정도로 나빠 민생이 어려운 건가. 그렇다고는 생각지 않는 것 같다. 헌법을 탓 할 일이 아니다. 현행 헌법이 완전 무결한 것은 아니지만 굳이 개헌할 정도는 아니다. 아니, 그보다는 아예 관심이 없다고 할 정도다.

 

김 대표 언급 중엔 ‘이원집정부를 고려한다’는 대목이 있었다. 즉 종전의 4년중임제 등 단순 논리에서 권력분산의 구체적 논리까지 나왔다. 그러나 외교, 안보에만 대통령의 권한이 있고 국내 행정 전반은 국회 다수당의 총리가 행사하는 이원집정부 보다는 차라리 내각책임제가 더 합리적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중립국을 표방하는 오스트리아 같은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터에 내각책임제도 일단 유사시에는 취약점이 많아 대통령책임제를 취하고 있는 형편이다. 흔히 정치적 표현으로 말하는 제왕적 운운은 정권마다 거듭되는 폐해다. 대통령 나름이고 또 국민에게 책임을 진다. 이원집정부는 반쪽 권한의 대통령직에 누가 직선에 나설까 하는 것도 문제다.

현행 헌법이 32년째로 헌정 이래 최장수이긴 하나 개헌이 능사가 아니다. 김 대표는 이번 정기국회까진 개헌 논의가 없기 바란다며 해프닝을 서둘러 봉합했다. 그러나 그는 개헌을 처음 말했을 때 “정기국회 이후 개헌론이 봇물처럼 터질 것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정기국회 이후에도 개헌 논의가 없기 바란다. 개헌을 두고 여권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임양은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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