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150여년 전부터 부정한 방법으로 정부계약을 따내고, 재정보조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 정부가 입은 손해액의 3배를 환수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일명 ‘링컨법’으로 불리는 부정청구금지법(False Claims Act)이다.
이 법은 남북전쟁 중이던 1863년 링컨 대통령 시절 연방정부 차원에서 제정됐다. 이후 뉴욕, 캘리포니아 주 등 32개 주가 같은 법을 제정했다. 미국은 링컨법을 통해 2000년 15억7천700만 달러(약 1조6천720억 원)에서 2012년에만 49억5천900만 달러(약 5조2천600억 원)를 국고로 환수했다.
링컨법에서는 법무부 장관과 일반 국민이 모두 소송 제기의 당사자다. 국민이 부정청구에 대해 정부를 대신해 직접 법원에 소송(Qui tam·퀴탐)을 제기할 수 있는 점이 특색이다. ‘퀴탐’은 왕과 자신을 위해 소송을 제기한다는 뜻의 라틴어. 국민은 정부의 이름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법무부가 이에 참여해 공동소송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영국에서는 2002년 범죄수익 환수법률(Proceed of Crime Act)이 제정돼 범죄수익 환수를 위한 재산환수청을 설치해 범죄수익을 몰수 또는 환수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부정한 방법으로 국가 재정을 축낼 경우 정부가 해당 금액을 모두 환수하는 한편 부정하게 얻은 이익의 최대 5배를 부가금으로 받아내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추진된다. 정부가 부과한 환수ㆍ부가금을 내지 않으면 부동산 등 보유재산을 압류한 뒤 공매 처분하고, 제보자에게는 최대 20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도입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추진하는 ‘공공재정 허위ㆍ부정청구 등 방지법’(재정환수법)의 주요 내용으로, 일명 ‘한국판 링컨법’으로 불린다. 권익위는 다음달 입법예고를 거쳐 12월 초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지난 한해 사정기관이 적발한 국고보조금 비리 액수만 1천7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정부 재정을 ‘눈먼 돈’으로 여기는 사례가 빈번하다. 재정환수법에는 나라 곳간인 공공 재정을 쌈짓돈처럼 주무르는 모든 부정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 재정을 좀먹는 국고 보조금, 출연금 횡령을 비롯해 원래 목적과 다르게 예산을 남용하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나랏돈은 주인이 없다는 비뚤어진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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