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살다보면 다양한 이유로 내 나이가 한 살만 어렸으면, 아니면 한 살만 많았으면 싶을 때가 있다.
한창 일하는 사람들은 한 살이라도 줄여 정년을 연장하고 싶을 것이고, 반대로 정년 후 ‘은퇴 크레바스’에 빠져 힘겨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나이를 한 살 늘려 한 해라도 빨리 연금을 받고싶을 것이다. 또 결혼이 늦어진 일부 미혼여성들의 경우엔 나이를 한 살이라도 줄여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생년월일을 바꾸는 사람들이 늘고있다. 한 해 평균 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 법원에 생년월일 정정 신청을 낸 사람은 2011년 502건, 2012년 559건, 2013년 481건 등 매년 500명 가량이 생년월일을 바꾸려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 중 400명 가량이 정정 허가를 받아가고 있다.
생년월일을 바꾸려는 이유는, 예전엔 단순히 잘못 기록된 생년월일을 바로 잡으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엔 정년을 연장하거나(정년 연장형), 국민연금ㆍ개인연금 등 연금을 조기에 수령하기 위한( 연금 조기 수령형) 이들이 많다.
현행법상 생년월일을 바꾸려면 당사자가 정정 서류를 마련해 관할 법원에 신청해야 한다. 신청자는 날짜가 기록된 돌 사진, 출생증명서, 학교 생활기록부 등 현재 생년월일이 틀렸다고 증명해 줄 만한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친ㆍ인척이나 출생 당시 상황을 증언해 줄 만한 지인 등의 증언도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법원은 제출된 서류와 증언을 토대로 심사를 진행하고, 법원장이 최종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법원이 정정 신청을 냈다고 모두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생년월일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충분치 않으면 기각된다. 지난 5년간 법원에 접수된 2천418건의 생년월일 정정 신청 가운데 458건이 기각됐다. 5명에 1명은 불순한 목적으로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생년월일 정정 신청을 악용해 자신의 잘못된 과거를 세탁하려는 이들도 적지않다. 이름을 바꾸고 생년월일을 바꾸면 서류상 전혀 다른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법원은 심사 과정에서 범죄 기록, 개인 회생ㆍ파산 등의 채무관계, 개명(改名) 여부 등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나이를 늘리고 싶은 이유도, 줄이고 싶은 이유도 참 다양한 세상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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