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는 진실과 사실을 혼용한다. 사실을 진실로 믿기 쉬우나 이 두 가지는 좀 다르다. 이를 말로 딱히 표현하긴 어려워 예를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가령 이른 아침 어느 건널목에서 차에 치어 죽은 노파가 있다면 이것은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허나, 그 노파가 이즈음에 많은 조손 가정의 할머니로 소풍 길에 나선 손주에게 좀 더 따뜻한 밥을 주기 위해 아침 일찍 학교에 다녀오는 길이면 노파의 죽음은 ‘할머니의 사랑’이 진실이다. 만약 그 노파가 손주와의 생계를 위해 파지를 줍거나 하면 무책임하게 집 나간 아이 부모의 가출을 짚어 볼 수 있다.
사실이 표면적 관찰이라면 진실은 이면적 관찰이라 하겠다. 이면적 관찰은 사안을 통찰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잘못하면 표면적 관찰을 왜곡 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사회는 합리적 실체의 진실을 추구하는 게 통념이다.
“세월호 사건의 본질은 수사권이나 기소권에 있기보다 진실 규명에 있다”고 했다. 특별법 제정을 두고 새누리 여당과 협상을 벌인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의 야당 측 얘기다. 국회의 국정조사도 했고 국정감사도 했다. 한데, 진실은 아직도 미궁이다.
때 마침 광주지검의 세월호 선원 결심공판이 그저께 있었다. 이 날 공판에서 검찰은 선장에게 사형을 구형하는 등 15명 가운데 8 명에게 중형을 구형했다. “어린 생명들이 세월호에 갇혀 있는 동안 어른들의 구조의 손길은 없었다” 검찰 논고가 밝힌 중형 구형 이유다. 배가 침몰하는 동안에 선장 등은 자기만 살겠다고 도망쳤다는 것이다.
검찰 논고는 세월호사건에서 지금까지 밝혀진 공식 이유 중 가장 신뢰도가 높은 실체적 진실이라 할 것이다. 사건발생 6개월이 넘었다. 사법부를 통해 볼 진실이 처음이다. 변죽만 울리는 국회, 즉 정치권은 무엇 하는가? 부끄럽게 여겨야 할 것이다.
임양은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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