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서서 일하기

이연섭 논설위원 ys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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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의 작가 어네스트 헤밍웨이는 평소 서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습관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있다. 영국 정치가 윈스턴 처칠, 미국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도 의자없이 책상 앞에 서서 일을 했다. 일의 집중도를 높이고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같은 헤밍웨이식 자세가 살을 빼는데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체스터 대학의 운동과학자인 존 버클리 박사는 “사무실에서 일할 때 하루 3시간씩 헤밍웨이처럼 일하면 하루에 144칼로리를 추가로 소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주 5일 근무를 기준으로 주간 단위로 환산하면 3천 칼로리가 되며, 연간 3.6kg에 해당하는 지방을 뺄 수 있다는 것이다. 버클리 박사는 영국인들의 운동량이나 스포츠 활동이 꾸준한데도 불구하고 허리둘레가 늘어나는 것은 식생활과 함께 앉아서 생활하는 습관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하루의 3분의 1, 혹은 절반 이상을 사무실에서 보낸다.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서 일하는 것은 건강을 위협한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 ‘앉지 말고 일어서라’ 편에선, 장시간 앉아있는 사람들이 그렇지않은 사람들에 비해 당뇨병 발생 위험이 12%가량 높으며,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 또한 47%가 높다고 전했다.

장시간 앉아 일하는 직장인들은 척추 건강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오래 앉아있다 보면 자세가 비틀어지게 되고 바르지 않은 자세는 허리 디스크, 목 디스크, 거북목증후군 등을 야기한다. 서있을 때 보다 앉아있을 때 척추에 하중이 2~3배 더 늘어나면서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이 도입한 것이 ‘스탠딩 워크(Standing Work)’ 즉, 서서 일하기 문화다. 책상 높이가 자유롭게 조절되는 책상을 구비하거나, 서서 일하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 직장인들이 서서 일할 수 있도록 유도해 척추 및 허리 건강을 챙기자는 취지다. 서서 일하기 문화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IT기업들의 주도로 시작됐다.

최근 국내에서도 다음카카오 등 여기에 동참하는 기업이 늘고있다.

직립보행을 하도록 진화해 온 인간은, 본래 서서 일했다. 종일 앉아서 일하기 시작한 것은 수십 년 밖에 안된다. 건강하게 살려거든, 서서 일해라.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 30분에 한 번 정도는 일어서서 목과 허리를 풀어주는 것이 좋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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