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외로우면 더 춥다

박정임 경제부장 bakha@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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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잎이 주는 화려함도 잠시, 어느새 겨울이 코앞에 바짝 다가섰다. 왠지 올겨울은 더 추울 거란 생각이 든다. 장기화한 내수부진으로 꽁꽁 얼어붙은 경제가 좀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정부가 각종 경기부양책을 쏟아내도 시장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전혀 올라가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빈자(貧者)는 여름나기가 쉽고, 부자(富者)는 겨울나기가 편하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가난한 사람에게 겨울나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연탄 한 장에 의지해 겨울을 나는 홀로 사는 노인들은 점점 늘고 있다. 지난해 독거노인 수는 125만명으로 추산됐다. 65세 이상 노인 5명 중 1명꼴인 셈이다.

2035년에는 현재 독거노인의 3배 수준인 343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독거노인의 증가는 평균수명이 길어진 데 따른 고령인구 증가에 기인한다. 여기에 황혼이혼의 증가, 부모에 대한 부양의식 약화 등을 들 수 있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소득, 건강, 사회관계 등 여러 방면에서 위기상황에 놓여 있다는 거다. 간혹 신문·방송에 나오는 독거노인의 안타까운 죽음은 이런 상황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몇 해 전 ‘외로우면 추위를 더 탄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한 연구팀이 대학생 65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는 한 그룹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버려진 경우를, 다른 그룹은 사람들 속에 포함돼 함께 어울리는 경우를 연상하도록 했다.

방 온도를 똑같이 했는데도, 자신이 사회로부터 고립돼 외롭다고 생각한 사람은 방 온도를 실제보다 더 낮다고 생각했다. 홀로 사는 노인에게 겨울이 더 혹독한 이유다. ▷충청남도는 지난 2010년부터 ‘독거노인 공동생활제’를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농어촌 독거노인들을 위해 마을회관이나 주택을 개조 한 뒤 난방비 등 운영비를 일부 지원하는 건데, 날씨가 추워지면서 이 사업을 시작하는 지자체들이 늘고 있단다.

공동생활을 하는 노인들은 밥걱정, 난방 걱정은 물론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좋고, 지자체는 한데 모아서 관리하니 예산이 절감돼 좋다고 한다. 서둘러 벤치마킹해야 할 대상이다.

박정임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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