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는 형님이 술 한잔 하자 해서 나갔다. 술이 거나하게 오른 형님은 보자마자 난데없이 “나 사업 때려 치련다”라며 이야기를 쏟아냈다. 건설업을 하는 이 형님은 매출이 수백억에 달하지만, 진짜 남는 게 없단다.
장사꾼의 거짓말 중 하나가 “이거 팔아서 남는 거 없어요”라는데 형님의 주정 아닌 주정을 듣다 보니 그냥 하는 말은 아닌듯싶다. 남지도 않는 공사를 실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할 때도 많단다. 그런데 최근 세무당국으로부터 가공경비 조성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노무비 중 지급조서가 누락된 것이 있어 조사를 받게 됐다.
사실상 불법체류, 신용불량자 등 막노동 현장에서 근로자들의 지급조서를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실제 영업이익이 많은 것도 아닌데 세무조사를 받게 되면 가산세 등 추가 납부 세금이 만만치 않다. 세금 적게 내려고 일부러 숨긴 것도 아니고 비자금을 만들려 한 것도 아닌데 죄인처럼 조사를 받는 것이 너무도 억울하단다.
최근 세무조사 확대, 세제혜택 축소 등을 놓고 세수부족에 시달리는 정부가 마른 수건을 쥐어짜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울산에서 한 주민이 ‘다운계약서’ 로 세금을 적게 냈다고 ‘양심선언’을 하며 덜 낸 세금을 구청에 냈단다. 울산시 동구 세무과 민원실 책상 위에서 돈이 든 봉투와 함께 편지가 발견된 것이다.
아직 세상에는 정직한 사람이 많고, 정직하게 세금을 납부하려는 주민이 더 많다. 최근 세금을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는 ‘조세형평’이 있다. “나만 세금을 많이 내고 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당연히 조세에 대한 불만이 생기고 세금을 둘러싼 불신이 쌓이게 된다.
실제 내야 할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탈세가 많다면 조세의 형평에 대한 심한 박탈감을 가져온다. 세무당국은 탈세를 일삼는 악질적 조세포탈범들은 끝까지 추적해 양말 한 짝까지 추징해야 한다. 그러나 세무당국이 세금 징수를 목적으로 열심히 정직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최원재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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