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訓民正音)’은 세종이 1443년 창제한 글자 이름이다. 세종 28년(1446)에 만든 훈민정음 한문해설서 이름이기도 하다. 해례가 붙어있어 ‘훈민정음 해례본’이라고도 한다.
‘훈민정음 해례본’엔 한글을 창제한 목적과 세종이 쓴 서문, 한글을 만든 원리와 해례 등이 상세히 실려있다. 예의(例義)ㆍ해례(解例)ㆍ정인지 서문 등 3부분 33장으로 돼있는데 예의는 세종이 직접 지었고, 해례는 신숙주ㆍ성삼문 등 집현전 학사들이 집필했다.
정인지가 대표로 쓴 서문에는 1446년 9월 상순으로 발간일이 명시돼 있어 한글날 제정의 바탕이 됐다. 세종은 서문에 “어리석은 백성들이 말하고 싶어도 그 뜻을 펴지 못한다. 내가 이것을 딱하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들었으니 쉽게 익혀서 날마다 편리하게 사용하기 바란다”라고 적었다. 한글 창제 목적과 함께 세종의 위민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안동의 이한걸가(李漢杰家)에서 소장해오던 훈민정음 해례본은 현재 서울 간송미술관에 있다. 1962년 국보 70호로 지정됐고, 1997년엔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훈민정음 해례본을 국보 1호로 지정하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문화재제자리찾기와 우리문화지킴이(대표 혜문 스님)는 지난 11월 11일 ‘훈민정음 국보 1호 지정 10만 서명운동’ 발대식을 갖고 서명을 시작했다.
현재 국보 1호는 숭례문이다. 이는 일제강점기인 1934년 조선총독이 남대문을 1호로 지정했기 때문이란다. 임진왜란 당시 가토 기요마사가 한양 입성을 기념하기 위해 국보 1호로 지정했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이에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6년 국보 1호에서 해지하자는 논의가 있었고, 2005년엔 감사원이 ‘국보 1호 해지 권고’를 했으나 문화재위원회가 ‘사회적 혼란’을 이유로 부결시켰다. 이후 숭례문은 2008년 방화로 소실된 뒤 복구됐으나 각종 비리와 부실로 국민에게 실망을 안겼고, 더 이상 대한민국 국보 1호로서의 품격과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
혜문 스님은 “조선총독이 지정한 국보 1호가 아닌 대한민국 국민이 지정한 국보 1호가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2015년 1월11일까지 10만 서명운동을 가진뒤 문화재청에 접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민족이 창조해낸 위대한 문자 훈민정음이 과연 국보 1호에 오르게 될지 자못 기대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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