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안전 학교가 곧 복지다

김종구 논설실장 kimj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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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 백과는 이렇게 설명한다. ‘복지(福祉, welfare)란 좋은 건강, 윤택한 생활, 안락한 환경들이 어우러져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시사논술개념사전에는 이렇게 돼 있다. ‘삶의 질에 대한 기준을 높이고, 국민 전체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어 노력하는 정책이다.’ 위키 백과는 순수한 어원(語源) 풀이에 중점을 두고 있다. 논술개념사전은 보다 행정학적 역할에 무게를 둔 듯 보인다.

그런데 경기도 교육청에선 많이 다르다. ‘무상급식이 곧 복지다’로 해석된다. 2010년 2천256명이던 원어민 교사가 사라졌다. 외국어를 공부할 학습(學習) 복지의 실종이다. 기간제 교사 1천400명이 조만간 쫓겨난다. 비정규직에 대한 생존(生存) 복지의 박탈이다. 보건교사도 내년에 30% 가까이 줄어든다. 학생이 누리던 건강(健康) 복지의 축소다. 이렇게 축소되고 폐지된 분야가 수두룩하다. 무상급식에 밀려난 복지들이다.

2009년 이후 그랬다. 새삼스레 ‘문제 있다’고 지적하는 것도 식상하다. 이제 와서 ‘고치겠다’고 받아들일 경기도 교육청도 아니다. 다만, 이렇게 섞여가선 안 될 한 가지는 있다. 2015년 예산서에서 찾기 힘든 안전 학교 항목이다. 올해가 2014년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가 7개월 전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죽어간 아이들이 경기도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그들 앞에서 ‘안전’을 약속하고 당선된 교육감이기 때문이다.

학교 안전은 이미 심각하다. 옥상 잠금 자동 설치가 없는 학교가 36%다. 불이 나면 화마(火魔)를 뚫고 들어갈 정의로운 직원에 맡겨놓고 있다. 아이들이 대피해야 할 안전 봉이 없는 교실이 1만1천229개다. 출입구로 몰려들 아이들의 질서 의식에 의존하고 있다. 붕괴 위험 C 등급을 받은 교실이 23곳이다. 생활하는 아이들만 이 등급을 모르고 있다. 부족한 구명조끼를 찾고, 고장 난 구명정에 매달리던 ‘세월호’를 잊었나.

경기도 교육청이 모를 리 없다. 알면서 못하는 것이다. 2015년 예산에도 7천367억원이 무상급식에 잡혔다. 절대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 돈이다. 건드렸다간 ‘아이들을 굶기자는 세력’으로 몰리기 십상이다. 큰 덩어리를 빼놓았으니 남는 돈이 없다. 옥상 잠금장치도 못하고, 안전 봉도 못 세우고, C등급 교실도 못 고치는 게 그래서다. 무상급식에 모두를 건 교육청에는 애초에 기대할 수 없었던 안전학교였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버려둘 수는 없고…. 찾다 보니 비빌 언덕이 한 곳 있다. 경기도청이다. 안전한 학교를 만들겠다고 공약한 남경필 도지사가 수장이다. ‘교실ㆍ화장실ㆍ책걸상을 고쳐 주겠다’던 그의 약속이 지금도 유효하다. 때마침 소식이 들린다. 학교 시설 개선비로 500억원을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노후 화장실 개선ㆍ재난 안전 교육ㆍ안전시설 설치ㆍ안전 지킴이 지원’등이 포함된 모양이다. 다행이다. 잘했다.

무상급식도 복지임에 틀림없다. 존중되고 지속해야 할 가치다. 안전 학교도 복지임에 틀림없다. 역시 존중되고 지속해야 할 가치다. 무상급식을 이어가려는 교육청이나 안전 학교를 시작하려는 도청 모두 소중한 가치를 얘기하고 있다. 복지 소비자인 경기도 학생들에겐 모두 필요하다. 둘이 합쳐질 때 비로소 ‘좋은 건강, 윤택한 생활, 안락한 환경들이 어우러진 행복한 상태’라는 사전 속 복지로 다가갈 수 있다.

그런데 왜 싸우나. 부질없는 충돌이다. 교육청은 교육청대로 무상급식의 길을 가면 된다. 7천억이 많으면 줄이면 된다. 도청에 손 벌릴 일 아니다. 도청도 도청대로 안전 학교의 길을 가면 된다. 500억원은 적다. 통 크게 가야 한다. 교육청에 생색 낼 일도 아니다. 교육청은 급식 복지 책임지고, 도청은 안전 복지 지원하고…. 각자 가는 거다. 어차피 학생과 학부모들에겐 행복이란 이름으로 한 곳에서 만날 복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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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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