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닐 미(未)’ ‘날 생(生)’ ‘미생(未生)’은 바둑용어다. 바둑에서 미생은 집이나 대마 등이 살아있지 않은 상태의 바둑돌을 말한다. 미생은 미완성되고 불투명한 상황을 뜻하기도 한다.
미생 상태의 돌이 집을 형성해 죽지 않는 상태가 되면 이것은 완생(完生)했다고 말한다.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윤태호 웹툰 작가의 원작을 극화한 ‘미생’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다. 이 화제의 드라마 속 주인공은 검정고시 고졸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에 입사한 계약직 신입사원이다.
주인공 주변에는 저마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직장인들이 나온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들은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처럼 극악무도한 악인도 없고 그렇다고 천사같이 완벽히 선한 사람도 없다.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직장 상사나 동료의 모습이다.
그런데도 드라마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아마 현실세계 직장인들의 희로애락이 현실과 근접하게 투영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군가는 한 번쯤 겪었을 계약직으로서, 신입사원으로서의 어려움 등이 현실과 비슷하게 그려진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저마다 열심히 살아가는 방식은 마치 바둑에서 미생 상태에서 완생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를 두는 바둑판 위의 바둑돌에 비유한 점이 흥미롭다.
미생이라는 상황은 비단 직장인만 비유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조직과 기관도 마찬가지다. 최근 경기문화재단 조창희 대표가 발로 뛰며 어렵게 계획한 내년 예산이 경기도의회에서 40억원 넘게 삭감됐다고 한다. 조 대표는 지난 9월 경기도의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됐다.
드라마 미생의 계약직 신입사원 신분의 주인공처럼 신입 조창희 경기문화재단 대표도 내년 예산을 세우면서 힘 없는 도 산하기관이 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몸으로 느꼈을 것이다.
미생은 완전히 죽은 돌, 사석이 아니고 완생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어떻게 수를 두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
신입 단체장 조창희 대표가 이끄는 경기문화재단이 미생에서 완생으로 거듭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이선호 문화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