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향림원의 두얼굴

이명관 사회부 차장 mk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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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가족처럼 돌봐왔는데, 키워준 은혜는 어디에 두고….”

광주의 사회복지법인 향림원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취재 내용이 상당부분 사실이 아니라면서 향림원 관계자가 한 말이다.

가족처럼 부모의 마음으로 장애인들을 키워왔다는 향림원.

그러나 경찰 수사결과에서 장애인 성추행과 폭행 등 인권침해, 이사장 일가의 각종 비리는 사실로 드러났다. ‘가족’처럼 장애인들과 살았다고 말하기엔 너무도 어두운 단면들이다.

이를 놓고 볼때 향림원 이사장일가와 그 측근들, 그리고 거주 장애인들간에는 보이지 않는 ‘갑과 을의 관계’가 성립하지 않았을까 한다. 시설이 장애인들을 키워준다고, 은혜를 줬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이미 이 관계는 수평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향림원 관계자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이러한 속내가 겉으로 드러난 것이라 봐도 무방할 터.

6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향림원은 2012년 광주의 사회복지법인 향림원 2대 이사장이었던 김문동 선생이 작고한 뒤, 그의 아내가 3대 이사장에 오르고 아들이 법인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정말 어려웠던 시절, 개인 재산을 털어 사회적 약자인 중증장애인을 돌보기 시작했던 그 숭고하고 큰 뜻은 아무리 존경받아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향림원 뿐 아니라 다른 사회복지법인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은 바로 시설 운영자들의 마음가짐에서 발로된 것이 아닐까하고 반문해본다.

이제는 세상이 좋아져 사회복지법인은 정부 보조금으로만도 운영이 가능해질 정도가 되면서 생기기 시작한 부작용일지도 모른다.

사회적 약자를 사재까지 털어 보살핀 선대의 숭고한 취지는 희미해지고, 부모가 물려준 사업장으로만 여기기 때문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다. 이번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향림원이 중증장애인들의 시각에서, 이들의 마음을 살펴 진정한 가족과 같이 생활하기를 바라본다.

하지만 현 상태에서 갈등의 골은 갈수록 깊어만 가고 있는듯하다.

‘새 술은 새부대에 담는다’는 말처럼, 같은 눈높이에서 중증장애인들을 어루만지고 가슴으로 안을 수 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체제에서 운영하는 상상도 해본다.

이명관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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