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고문 미국의 '오점'…CIA 고문보고서 공개

▲ 사진=CIA 고문보고서 공개, 리언 파내타 당시 CIA 국장, 연합뉴스 출처

CIA 고문보고서 공개

17일 이상 잠들지 못하게 하고, 머리카락과 턱수염을 비롯한 모든 체모를 깎은 후 낮은 온도의 방에 가두고, 빗자루 손잡이를 성고문 도구로 쓰겠다고 협박하는 등….

몸서리치게 끔찍한 고문이 실제로 이뤄졌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가 대부분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테러 용의자에 대해 자행한 고문 실태다.

9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이 CIA 고문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비밀로 분류된 총 6천800쪽 분량의 내용을 약 500쪽으로 요약한 문건이다.

보고서는 2001년 9·11 사태 이후 유럽과 아시아의 비밀시설에 수감된 알카에다 대원들을 상대로 자행된 CIA의 고문 실태를 담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CIA는 일명 ‘선진 심문(enhanced interrogation) 프로그램’의 각종 잔혹한 고문 행위를 자행했다.

벽에 세워놓고 구타하는 것은 물론, 작은 방 또는 상자에 가둬 죽이겠다고 위협하고 성고문과 물고문도 서슴치 않았다.

대표적인 고문 행위는 물고문의 일종인 ‘워터보딩’으로, 대상자를 움직이지 못하게 눕힌 다음 얼굴에 물을 붓는 행위다. CIA는 얼굴로 떨어지는 물을 피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대상자의 입과 코가 물에 잠기는 상태가 되도록 만드는 등 이를 변형해 더 강하게 고문했다.

특히 CIA 자체 기준 20분을 훌쩍 넘겨 30분 이상 고문하고, 특정 대상자에게 180여회에 걸쳐 워터보딩을 가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이다.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고문 행위는 더 있다.

용의자를 공포에 몰아넣기 위해 총알을 한 발만 넣은 총을 자신의 머리에 겨누고 쏘게 하는 ‘러시안룰렛’. 항문에 강제적으로 물 주입하기, 모든 체모를 깎아낸 후 옷을 모두 벗겨 낮은 온도의 흰방에 집어 넣고 큰 소리의 음악을 틀어주는 등 정신을 파괴하는 고문도 했다.

이 같은 고문에 사망자도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에는 2002년 11월 한 구금자가 수용소 콘크리트 바닥에 발이 체인으로 묶인 상태에서 저체온증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고 적시돼 있다.

해당 보고서를 공개한 미국 상원은 “CIA가 백악관과 의회에 설명해온 것보다 훨씬 더 야만적이고 잔혹하다”며 ”심지어 알카에다 대원 등을 상대로 한 CIA의 고문은 법적 테두리를 넘어선 것일 뿐 아니라 별로 효과적이지도 못했다”고 비판했다.

또 “미국 역사의 ‘오점’이라며 어떤 용어로 포장하든 CIA 수감자들은 고문을 당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즉각 보고서 공개를 환영하며 고문 금지를 약속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CIA의 가혹한 심문 기법은 미국과 미국민의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며 “내가 취임하자마자 고문을 금지한 이유이고, 이런 방법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지속적으로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고문 실태가 대부분 전임 부시 대통령 시절 이뤄진 ‘과거’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또 보고서 공개로 국제 테러 집단의 보복 공격 등을 우려해 해외 외교 공관과 시설 등에 대한 보안과 경비 강화했다.

한편 벤 에머슨 유엔 대테러·인권 특별보고관도 성명을 통해 “보고서에서 드러난 범죄 모의 책임자들은 재판에 회부돼 그 범죄의 위중함에 상응하는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설아기자

사진=CIA 고문보고서 공개, 리언 파내타 당시 CIA 국장, 연합뉴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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