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티라노킹’의 인기를 등에 업은 파워레인저 일본 완구 시리즈가 3년 가까이 1위를 지켜온 토종 완구 ‘또봇’을 제치고 국내 대표 완구 1위의 자리에 올랐다.
그런데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에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의 판매 계획이 없단다. 자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어떤 것을 해야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요즘 온통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허니버터칩’과 ‘인터스텔라’, 그리고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 ‘티라노킹’이 뒤덮고 있는데 이같은 업계의 얄팍한 상술 얘기를 꺼내고자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9월 일본 온타케산 화산 폭발 당시 여섯 살 된 아들이 “아빠 일본에 화산이 폭발했는데 반다이사(파워레인저 장난감 제작사)는 문제가 없냐?”며 자신이 일본에 가봐야 한다고 본인에게 일본행을 종용했다. 아들은 “일본은 정말 좋은(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를 만드는 나라이기 때문) 나라여서 지구에서 없어지면 안된다”며 “아빠가 지켜줘야 하는 나라”라고 말했다.
아들의 말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내년이면 광복 70주년이다. 본인이 중학교 1학년 여름 방학때 학교에서 내준 방학과제 이외에 아버지가 숙제로 일본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의 대망(大望)을 읽은 후 독후감을 쓰라고 하신적이 있다.
당시 그 책을 읽고 일본은 참 무서운 나라라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우리세대 앞으로 몇 백년 몇 천년 뒤에도 절대 이길 수 없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괴감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아들이 그 나라에서 만든 어린이 TV프로그램에 광분하고 그 나라 장난감에 애착을 느끼며 “정말 좋은 나라”라고 말할때 부모로서 일본에 대해 어떠한 역사관을 심어줘야 할지 정말 고민스러웠다.
내년이면 광복 70년을 맞는 대한민국이 과거의 암울한 역사를 놓고 일본에 항의하고 떼쓰는 우리가 아니라 보다 우월적 지위에서 그들을 나무라는 우리가 되길 바라본다.
최원재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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