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는 이 시대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다. 2014년엔 심각한 청년 취업난을 반영한 신조어가 특히 많았고, 세월호 참사 이후 부조리한 관행ㆍ권위에 문제를 제기하며 만들어진 용어도 많았다.
특히 경제가 장기 침체되면서 점점 심해지는 청년 취업난을 보여주는 신조어들이 쏟아졌다. 최근 국내에 진출한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IKEA)에 빗대 ‘이케아 세대’라는 말이 생겼다. 실용적이고 세련되지만 가격이 저렴해 언제라도 다른 제품과 대체할 수 있듯 낮은 몸값에 뛰어난 능력을 지녔지만 낮은 급여와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젊은 세대를 일컫는 표현이다.
등록금 대출을 받았으나 취업이 늦어져 빚을 갚지못해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청년실신’도 같은 맥락의 신조어다. ‘실신’은 ‘실업자’와 ‘신용불량자’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기업들이 이공계 출신을 선호해 상대적으로 인문계 졸업자들의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인구론’이란 말이 나왔다. ‘인문대 졸업생의 90%는 논다’는 의미다. 직장에 들어가도 연봉ㆍ복리후생 등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 취업시장으로 돌아오는 ‘돌취생’도 있다.
‘잉글리시 푸어’도 등장했다. 취업준비를 위해 대학생 상당수가 생활비의 80% 가량을 ‘영어’에 투자하면서 생겨난 용어다. 이처럼 많은 비용과 시간을 쏟지만 높은 구직의 벽을 넘지못해 30대 이후에도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 ‘빨대족’을 양산했다.
사회적 약자 입장에서 그동안 관행으로 굳어졌던 부조리나 부패 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려는 경향을 담은 신조어들도 관심을 끌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과 박현정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의 막말 사건으로 상사가 아랫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이른바 ‘힘희롱’이 이슈가 됐다. 직장상사나 교수의 성희롱 등을 포함해 갑을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표현한 말로, 예전엔 쉬쉬했지만 이제는 가만히 있지 않고 드러내고 있다.
세월호 침몰 원인이 오랫동안 쌓인 관행ㆍ부패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관피아(관료+마피아)’란 말이 오르내렸다. 세월호 참사,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 등 부조리한 사회 이슈에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40~50대 주부를 가리키는 ‘앵그리 맘(angry mom)’도 화제였다.
그러고보니 올 한해 신조어들은 우울했다. 2015년의 신조어는 희망적이고 긍정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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