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존버 정신

이연섭 논설위원 ys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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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 중인 소설가 이외수씨가 근황을 전했다. ‘트통령’으로 불리는 이씨는 지난 18일 트위터에 “2차 항암에 들어갔습니다. 당연히 고통스럽습니다. 네군데나 생겨난 혓바늘은 가라앉지 않은 채로 모든 신경을 자극합니다.

잘 먹어야 한다지만 항암제가 투여되는 순간부터 식욕이 천리나 멀리 달아나 버린 상태입니다”라며, “하지만 제가 겪었던 군대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여러분의 눈물겨운 사랑과 세상에 대한 희망을 밑천으로, 아무리 힘들어도 날마다 존버 하겠습니다”라고 썼다.

이외수씨는 삶이 힘겹다고 하소연하는 이들에게 자주 ‘존버 정신’을 외쳐왔다. ‘영혼의 멘토’라 불리는 혜민 스님의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도 존버 정신이 나온다.

 

‘이외수 선생님께,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지 여쭈니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존버 정신을 잃지 않으면 됩니다” “아, 존버 정신… 그런데 선생님, 대체 존버 정신이 뭐예요?” “스님, 존버 정신은 존×게 버티는 정신입니다”’

그냥 웃어버릴 일은 아니다. 위트와 유머가 담긴 직설적 화법으로, 농담같지만 실제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삶을 사는 국민이 상당수다.

얼마전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미생’에서 오상식 차장이 회사를 그만두면서 계약직 사원 장그래에게 “버텨라. 이겨내라”고 한 대사에도 많은 시청자가 공감을 표했다.

영화잡지 기자출신 허지웅의 에세이집 ‘버티는 삶에 관하여’도 관심을 끈다.

작가는 ‘버티는 삶이란 웅크리고 침묵하는 삶이 아닙니다. 웅크리고 침묵해서는 어차피 오래 버티지도 못합니다. 오래 버티기 위해서는 지금 처해있는 현실과 나 자신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얻어맞고 비난받아 찢어져 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저 오기가 아닌 판단에 근거해 버틸 수 있습니다. 요컨대, 버틸 수 잇는 몸을 만들자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힘들고 어려운 세상, 버티기 위해서는 내가 하는 일에, 그리고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열의와 정확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힘들고 어렵고 불가능해 보이지만 고민하고 연구하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결국 해결책이 나오고 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올해도 어려웠는데 내년에도 어렵다고 한다. 올해 버텨낸 것처럼 내년에도 잘 버티는 한 해이기를 소망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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