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죽음 마케팅 : 영화 ‘님아~’

김종구 논설실장 kimj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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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iting game for Sudanese child’(수단 아이를 기다리는 게임). 1994년 퓰리처상 수상작이다. 아사(餓死) 직전에 아이와 그 아이가 죽기를 기다리는 독수리로 해석된다. 작가 케빈 카터는 ‘극적인 연출을 위해 셔터 찬스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여론은 싸늘했다. ‘아이부터 구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터져 나왔다. ‘돈을 위해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 사진’으로 전락했다. 수상 3개월 만인 같은 해 7월, 케빈은 들끓는 비난 속에 자살했다. ▶“어머니가 아이를 살짝 땅바닥에 내려놓았을 뿐이었어…독수리가 휙 하고 날아와서 앉았대…몇 장 찍는데 독수리가 ‘휙’하고 날아가 버렸다더군.” 20여년 뒤, 후지와라 아키오는 ‘아프리카에서 온 그림엽서’(繪はがきにされた少年ㆍ2007 출간)에서 당시의 촬영 순간을 폭로했다. 케빈 동료에게 들은 목격담이었다. 아무것도 아닐 수 있었던 사진이다. 거기에 ‘죽음 마케팅’이 더해지며 ‘퓰리

처상 수상→감동→비난→자살’로 요동쳤다.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시작된다. 묘지 앞에 앉은 한 할머니가 울고 있다. 이어 거친 할아버지의 숨소리가 극장을 메운다. 할머니(89)와 할아버지(98)의 행복한 모습도 있다. 하지만, 이내 98세 할아버지의 병세(病勢)가 전편에 흐른다. 가쁜 기침을 몰아쉬며 고통스러워 한다. 의식을 잃은 할아버지 머리맡에서 아들과 딸이 크게 운다. 위독 장면과 회복 장면이 몇 번 거듭되다가 할아버지는 숨진다. 염(殮)한 할아버지의 모습이 화면 가득 채워진다. 영화는 다시 한번 묘지 앞에서 울고 있는 할머니 모습으로 끝난다. ▶죽음을 마케팅 삼았다고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죽음을 빼놓고는 이 영화를 논할 수 없다. 이미 방송을 통해 알려진 백발(白髮)의 사랑 이야기다. 그런 구문(舊文)을 2년간 재탕(再湯)했다. 할아버지의 생명이 위기를 맞을 때마다 앵글이 맞춰졌다. 촬영은 할아버지의 산소 앞에서 끝났다. 어차피 그 영사기는 할아버지의 죽음까지만 돌 계획이었던 듯하다. 400만 관객이 들었고 영화는 50억원을 벌었다. ▶캐빈은 자신의 촬영을 기아의 공포를 알리기 위함이었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에겐 죽음을 소재 삼은 마케팅일 뿐이었다. 감독은 ‘님아~’를 노년의 사랑을 남긴 기록이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겐 할아버지의 임종을 기다리며 돌아간 질 나쁜 영사기일 뿐이다. ‘님아~’에 매겨진 관객의 평점은 별 4개 반이다. 기자ㆍ평론가들은 별 3개를 줬다. 필자는 별 1개도 줄 생각이 없다. 목숨이 예술의 소재가 되는 것은 대단히 예외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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