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이산가족 상봉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얌전한 몸매의 빛나는 눈 고운 마음씨는 달덩이 같이 이 세상…

1983년 6월 KBS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의 주제곡이다.

휴대전화가 없고 가족찾기 시스템이 없던 1980년대 이산가족찾기 생방송은 전 국민을 텔레비전 앞으로 모이게 했다.

당시 30년여 만에 만나는 가족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으며, 시청자들도 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지난 6일 누적 관객 수 800만명을 돌파하고 이번 주말 1천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는 영화 국제시장.

그때 그 시절 굳세게 살아온 우리들의 이야기다. 영화의 주 무대인 부산 국제시장은 주인공 윤덕수(황정민) 처럼 한국전쟁 후 피난민들이 내려와 장사를 하며 정착한 곳. 윤덕수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통해 아버지 세대의 삶을 재조명한 작품이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영화평이야 엇갈릴 수 있지만, 가장 눈물샘을 자극한 장면은 단연 이산가족 찾기 방송이 아닌가 싶다. 특히 북쪽에 가족을 두고 내려온 실향민들의 눈물은 더했을 것이다. 영화의 주인공이 잃어버린 여동생을 찾는 장면처럼 생사를 알 수 없는 아버지, 어머니, 오빠, 동생 등을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하면서 말이다.

△지난해 2월 3년4개월 만에 재개된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763명의 남북 가족들이 짧은 만남을 가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산가족 상봉자들의 고령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신청자 13만여명 중 6만여명이 사망하고, 생존한 6만여명 중 절반이 넘는 신청자가 80세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을미년 청양의 해에 들어서면서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가 개선의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올해는 이산가족들이 생사를 확인하고 상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근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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