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우정, 그리고…

이명관 사회부 차장 mk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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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많은 모임 중 유독 가슴이 먹먹해짐과 동시에 유쾌했던 자리가 있었다. 바로 국민학교(많은 전학을 다니느라 6학년 2학기)부터 고등학교까지 함께 했던 10명의 죽마고우와의 만남.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항상 곁에 있는 친구들이지만, 그날은 한 친구가 준비한 깜짝 이벤트로 그 의미가 다르게 다가왔다. 이벤트를 준비한 친구는 “모두가 모여야만 하는 기회를 만들었다”며 “이유는 묻지 말고 모두 정장 차림으로 오라”고 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미국에 있는 00이도 이날 자리에 온다”고….

정장을 입고 오라는 친구의 말에 궁금증을 가지고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 이내 궁금증은 풀렸다.

 

친구가 준비했던 이벤트는 이른바 드라마 ‘신사의 품격’ 콘셉트로 찍는 단체 사진 촬영이었다. 함께 찍었던 마지막 사진이 고등학교 졸업 때여서, 또 하나의 추억을 공유하자는 것이 이유다.

따져보니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어느덧 25년이었다.

누군가 “결혼도 25년이면 은혼식인데, 우리가 그런 상황이네”라고 말했고, 다른 한 친구는 “25년 후 금혼식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해야지”라고 화답했다. 깜짝 이벤트 영향이었는지, 밤 9시30분 촬영 예약을 했던 스튜디오에는 다른 약속이 있어 저녁을 함께 하지 못했던 친구들까지 함께 해 10명의 완전체가 됐다.

처음에는 조금 유치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사진은 아주 멋있게 나왔다.

더욱 우리를 들뜨게 했던 것은 그 과정이다. 사진을 찍으면서 우리가 함께 했던 아름다운 추억과 지금 이 순간, 그리고 함께 할 미래까지 머릿속을 스쳐갔다. 며칠 후 수백 장의 사진이 이메일로 왔다. 그중 2장을 선택하라는 미션과 함께. 다시 한번 그날 느꼈던 잔잔한 감동이 몰려왔다.

몇몇 후배에겐 사진을 보여주면서 자랑 아닌 자랑도 했다. 매일 기사를 쓰는 컴퓨터 모니터의 메인사진도 바꿨다.

그리고 컴퓨터를 켜면서 하루 업무를 시작하는 관계로, 매일 친구들과 조우하고 있다. 나에게도 이렇게 든든한, 그러나 보이지 않는 엄청난 빽(?)이 있는 것을 느끼며.

이명관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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