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중산층 임대 ‘00 스테이’

박정임 경제부장 bakha@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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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움 중에 제일은 집 없는 설움이다. 70~80년대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에선 어김없이 셋방살이의 아픔이 등장한다. 세 살이 하는 가정의 아이는 큰 소리로 울지도 못했다.

주인집 아이가 싸움을 걸어와도 절대로 때려선 안 된다. 지금은 ‘주택임대차 보호법’에 따라 2년간은 버틸 수 있다. 당시는 집주인이 나가라고 하면 짐을 싸야만 했던 시절이다.

△내 집 장만은 쉬운 게 아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서울 지역의 5인 이상 사업장 상용근로자 1인당 월급은 320만원이었다. 같은 시점 서울지역 85㎡ 아파트의 평균 매맷값은 4억9천300만원으로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았을 때 13년을 모아야 하는 액수다. 전셋집을 구하려 해도 8년 이상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집에 대한 개념이 바뀌었다. 주택에 대한 인식이 ‘소유’에서 ‘거주’로 변하면서 임대주택에 대한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집을 사야 하는 부담은 줄었지만 이미 언급했듯, 임대인(집주인)이 개인이다 보니 개인 사정에 따라 계약이 달라져 주거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임대차 시장이 기업 중심이 되면 해결될 수 있다. 정부가 중대형 건설사들을 임대주택 시장에 참여시켜 고품질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나선 이유다. 이름도 편안하게 거주한다는 뜻에서 ‘스테이’를 붙였다.

임대 기간도 8년 장기임대(준공공임대)와 4년 단기임대로 구분했다. 새로운 개념의 주거 형태란 점에서 ‘뉴’를 달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최장 8년까지 ‘자이 스테이’ 혹은 ‘푸르지오 스테이’ 등에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형 임대주택은 보증금 3천만∼1억 원 정도에 월 임대료가 지방 40만원, 수도권 60만원, 서울은 80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월세는 건설사가 땅값을 얼마에 확보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월세가 애초 예상보다 올라간다면 분양마저도 어려워진다.

정부는 대기업을 끌어들이려고 민간이 지은 임대주택이 의무임대기간 뒤 팔리지 않을 때 이를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사준다는 ‘매입 확약’ 조치를 내놨다. 자칫 부채로 신음하는 LH의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뜻이다.

박정임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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