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신소설인 이인직의 ‘혈의 누’(1906)에는 윤선(輪船)으로 가득한 인천항의 모습이 나온다. 작가는 주인공을 통해 인천항에 떠있는 윤선을 처음 본 소감을 이렇게 적고있다. ‘옥련의 눈에는 모다 처음 보는 것이라. 항구에는 배 돛대가 삼대 들어서듯 하고 저자거리에는 이칭 삼칭집이 구름속에 들어간 듯 하고 지네같이 기어가는 기차는 입으로 연기를 확확 뿜으며 풍우같이 달아나고 넓고 곧은 길에 왔다갔다하는 인력거 바퀴소리에 정신이 얼떨떨한데.’
신소설 작가 이해조는 제국신문에 연재된 ‘빈상설’에서 개항으로 변한 인천을 ‘여기가 어디냐? 우리나라인지 타국인지 모르겠구나’라고 했다. 주요섭의 장편 ‘구름을 잡으려고’는 조선인 최초로 하와이로 떠난 이주노동자들의 역사를 기록한 소설인데, 근대화의 요람이 된 제물포항을 ‘위험한 출입문’으로 표현했다.
인천은 개항기 때부터 문인들의 작품에 자주 등장했다. 시대 흐름 따라 다른 어느 도시보다 다이내믹한 변화를 겪어왔기에 문학 속 단골 소재가 돼 다양하게 그려졌다. 한국 최초의 모더니스트 정지용은 인천과 연관된 3편의 시를 남겼다. 김기림은 ‘제물포풍경’이란 시에서 인천항을 ‘부끄럼 많은 보석장사 아가씨’로 묘사했다. 최찬식의 ‘해안’, 염상섭의 ‘이심’, 이효석의 ‘주리야’, 이광수의 ‘사랑’에서도 인천이 서정적으로 그려졌다.
전쟁 직후 현대문학에도 인천이 자주 등장한다. 분단과 실향의 아픔을 그린 ‘바닷가 소년’ ‘포구의 황혼’, 노동자들의 힘겨운 삶과 투쟁을 그린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쇳물처럼’ ‘내일을 여는 집’, 이주민들의 소외된 삶을 그린 ‘중국인의 거리’ ‘중국어 수업’ 등이 그것이다.
이처럼 수많은 문학작품 속의 배경이 된 인천이 유네스코 선정 ‘2015년 세계 책의 수도’가 됐다. 유네스코는 1995년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4월23일)을 지정한 이후 2001년부터 매년 세계 책의 수도를 선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14개국 14개 도시가 책의 수도로 선정돼 독서ㆍ출판 진흥과 저작권 보호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
15번째 책의 수도 인천시는 ‘모두를 위한 책, 책으로 하나 되는 세상(Books For All)’이란 비전 아래 올 한해 특색있는 사업들을 진행한다. 인천이 교육ㆍ문화도시로 거듭나고 독서ㆍ출판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길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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