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담배 애국심

김종구 논설실장 kimj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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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담배, 高級化粧品外國衣服(고급화장품외국의복) 등이 혹은 商街(상가)에서 혹은 行商人(행상인)을 통하여 暗去來(암거래) 되고 있다… 516 革命(혁명)의 가장 두드러진 成果(성과)의 하나가 바로 特定外來品(특정외래품)의 團束(단속)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消費生活(소비생활)에 있어서의 事大主義根性(사대주의근성)은 아직도 沒知覺(몰지각)한 特殊屬(특수속)에 살아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매우 서글픈 생각이 앞선다’.-1963년 4월 15일 자 동아일보 사설-. ▶20년이 흐른 1984년 2월, 같은 신문에 이런 기사가 또 게재됐다. ‘집권당인 민정당이 일부 의원의 양담배 적발로 시끌벅적하다. 정례당직자간담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한 끝에 “당 소속 의원 가운데 양담배를 피운 의원이 있는 것은 유감이며 자숙의 계기로 삼아야겠다”고 결정했다고 김용태 대변인이 발표했다’. 당 소속 하모 의원이 양담배를 피우

다 적발된 데 대한 기사다. ▶그로부터 또 20여년이 흐른 2000년대. 이제 외국산 담배 수입은 자율이다. 하지만, 뿌리 깊은 ‘담배 애국심’은 여전하다. 일본의 독도(獨島) 망언에 맞서는 첨병으로 담배가 등장했다. 터미널 매점에서 뒷골목 수퍼까지 ‘독도망언, 교과서 왜곡으로 일본담배 마일드세븐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내걸렸다. 마일드세븐 불매 운동이 국민적으로 일어났다. 결국, 제조유통회사인 JTI코리아는 2014년 7월 지점 통폐합, 매점 정리라는 최악의 구조조정에 착수해야했다. ▶2015년. 그랬던 ‘담배 애국심’이 흔들리고 있다. 말보로, 팔리아멘트(한국 필립모리스)와 던힐, 보그(BAT 코리아)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마일드세븐 제조 회사였던 JTI 코리아의 카멜까지도 없어서 못 판다. 국산 담뱃값이 인상되면서다. 국산 담뱃값이 1월 1일부터 2천원 인상됐다. 반면 외국 담배들은 인상 폭을 적게 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상황이 녹록지 않다. 업계에서는 “KT&G의 아성이 무너질 것 같다”고 전망한다. ▶양담배의 질(質)가격(價格) 공세에도 반세기를 버텨오던 ‘담배 애국심’이다. 단순히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지금의 상황이 설명되지 않는다. 세금 인상, 공공요금 인상, 연말정산 삭감…. 온통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정책뿐이다. 그런 불만이 거침없는 ‘양담배’ 구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애국심의 출발은 정부에 대한 믿음과 사랑 아니었던가. 양담배로 몰리는 지금의 현상을 극명한 민심의 척도로 받아들여야 한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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