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투명성 보고서

이연섭 논설위원 ys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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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포털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투명성 보고서’를 냈다. 국내 처음으로 이용객들의 관심이 높다.

투명성보고서는 세계적으로 정부기관이 인터넷기업이나 통신사에게 수사 등의 목적으로 이용자 정보나 콘텐츠 삭제 요구 등을 요구하자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시작됐다.

구글은 2010년 전세계 정부기관들이 요구한 데이터 검열 요청의 범위와 정도에 대해 조명한다는 취지로 투명성보고서를 처음 발간했다. 애플, 페이스북, 트위터, 에버노트, 마이크로소프트, AT&T 등 외국의 대표적인 인터넷기업과 통신사도 최근 2~3년 사이에 이 보고서를 냈다.

투명성보고서는 인터넷기업의 새로운 규범이 되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투명성보고서 발간도 이런 흐름에 동참한 것이다. 이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수사당국의 압수수색영장 요청과 집행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카카오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카카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집행 요청은 3천864건으로 2년 전에 비해 5배 가량 늘어났다. 감청 요청은 지난해 81건으로 2년 새 두 배 늘었다.

네이버도 압수수색영장 요청과 집행 건수가 2012년 1천487건에서 2014년 9천342건으로 6배 이상 증가했다. 국민생활이 온라인과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는 현실에서 사이버 검열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은 그동안 범죄 수사에 필요한 범위를 훨씬 넘는 개인정보와 대화ㆍ통신 내용을 확보해왔다. 대상과 범위, 기간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영장을 청구해왔다. 개인정보 보호나 인권침해 위험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법원도 마찬가지였다.

수사기관이 요청하면 엄밀하게 따지지 않고 그대로 발부해줬다. 포털이나 통신사도 자진해서 정보 제공에 협조해왔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9월 카카오톡 사용자 수백만명이 독일의 ‘텔레그램’으로 옮겨가는 ‘사이버 망명’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투명성보고서는 국가기관의 광범위한 인터넷 개입을 수치로 보여줌으로써 국가기관에 압력을 가하고, 이용자들에겐 권리침해의 위험성을 알려주며, 인터넷기업엔 이용자 보호를 위해 내적 규율을 강화한다.

다음카카오와 네이버는 단순히 과거 통계만 보여줄 게 아니라 앞으로 이용자 보호를 위한 자율규제 방안 등을 담아내야 한다. 정부도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법과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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