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이 27년 만에 2015 호주 아시안컵 축구대회 결승에 진출, 31일 개최국 호주를 상대로 55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는 한국 축구지만 아시안컵 우승의 인연은 1956년 1회 홍콩 대회와 1960년 2회 한국 대회에서 연속 우승한 이후 55년이라는 세월이 경과했다.
그동안 한국은 2002 월드컵 4강 신화,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우승 등 아시아 강호의 명맥을 이어왔지만 아시안컵 우승과는 반세기가 넘도록 인연을 맺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의 조별리그 탈락으로 국민적 실망감이 커지면서 한국 축구는 다시 ‘외국인 사령탑’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 주인공은 독일 출신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으로, 그는 1970~80년대 스페인 명문클럽 레알 마드리드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으며 지도자로 스위스와 코트디부아르 대표팀을 이끌기도 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 4년간 지휘봉을 맡긴 슈틸리케 감독에게 주어진 첫 임무는 55년간 ‘난공불락’(難攻不落)으로 여겨진 아시안컵에서의 우승이었다. 모든 여건은 녹록치 않았다.
이동국, 김신욱, 박주영 등 간판 골잡이들이 부상과 부진의 이유로 전력에서 제외되면서 걸출한 스트라이커도 없이 이번 대회에 임해야 했다. 그는 궁여지책으로 단 한번도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이정협을 깜짝 발탁해 소속팀 감독조차 놀라게 했다.
‘모험’으로까지 여겨진 그의 선택은 결국 적중해 이정협은 호주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결승골을 뽑아냈고, 3경기 연속 선발 출장한 이라크와의 4강전서도 결승골을 터뜨리며 슈틸리케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정협의 성공 신화에 축구팬들은 2002년 월드컵에서 ‘무명’의 박지성을 발굴해 세계적인 스타로 키워낸 거스 히딩크 감독을 연상한다.
하지만 체력에 바탕을 둔 히딩크식 축구에 비해 다양한 전술적 변화를 통해 실리축구를 구사하는 슈틸리케 감독의 지도력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독일과 스페인에서 선진축구를 경험한 슈틸리케 감독은 팀내 상황과 선수들의 마음을 읽는 안목에다가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않는 이성적인 판단으로 대표팀을 연승으로 이끌어 한국 축구팬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그가 아시안컵 우승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하는 ‘매직’을 기대하는 축구팬들에게서 지도자의 자질과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느끼게 된다.
황선학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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