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熱’ 포기한 한국서부발전… 13만명 책임질 난방계획 빨간불

[발전소의 일그러진 두얼굴] 3. 열원 없는 고덕국제신도시

▲ 평택 고덕국제신도시에 발전소를 통해 열을 공급하기로 한 한국서부발전이 집단에너지사업을 돌연 철회한 가운데 전기생산을 위해 가동중인 한국서부발전 평택발전본부 전경. 추상철기자

13만명이 거주할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지역난방 공급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곳에 발전소를 통해 열을 공급하기로 한 한국서부발전이 집단에너지사업을 돌연 철회, 사업이 전면 백지화됐기 때문이다.

27일 평택시, LH, 삼천리 등에 따르면 고덕국제신도시는 1천342만1천644㎡의 부지에 5만4천499가구(13만명)와 상업ㆍ공공시설이 들어서고, 2018년부터 입주가 될 예정이다.

또 396만6천942㎡에는 삼성전자가 입주하는 산업단지가 들어서며, 부지 공사는 오는 12월에 준공 예정이고 공장건축도 올 상반기에 착공할 예정이다.

고덕국제신도시는 지역난방을 공급하기로 결정된 가운데 삼천리(60%)와 한국서부발전(25%), 삼부토건(15%)이 컨소시엄을 구성, 집단에너지사업 허가권을 지난 2009년 7월 득했다.

이에 열원 공급은 한국서부발전 평택화력발전소 내 3ㆍ4호기가 책임지도록 결정됐다.

그러나 당시 발전소와 고덕국제신도시가 23㎞나 떨어져 있는 등의 이유로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정부가 중유를 공급해 전기를 생산하던 기존 3ㆍ4기 발전기에 청정연료인 LNG를 사용해 열을 공급하라는 조건부 승인으로 문제가 더욱 복잡하게 전개됐다.

이에 한국서부발전은 2단계 복합발전소를 통해 열을 공급하기로 하고, 환경영향평가 단계부터 열을 공급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 설계에도 반영됐다.

이후 한국서부발전은 지난해 10월5일 2단계 복합발전소를 준공했지만, 전기만 생산하고 열 공급시설은 아예 갖추지도 않은 반쪽짜리 발전소로 운영됐다.

결국 한국서부발전은 지난해 말 집단에너지사업을 돌연 철회, 열 공급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고덕국제신도시에 공급될 지역난방 계획이 전면 백지화됐다.

컨소시엄의 최대 지분을 가진 삼천리가 집단에너지 공급계획을 재검토하며 900MW급 열병합발전설비를 고덕국제신도시 택지에 새롭게 건설하려고 추진중이지만 진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평택시 의견서 접수부터 국토부의 실시계획변경까지 진행 과정이 많아, 자칫 올해 계획된 최초 분양시점 이후에 사업 변경 허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분양 후에 열원시설 이전 및 변경을 한 하남 미사 보금자리와 같이 집단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소사벌 지구에 제대로 지역난방을 공급하지 않아 문제가 되는 오성화력발전소 문제와 맞물린데다, 평택에 또 다른 발전소 건립도 진행중이어서 ‘평택이 발전소 천국이냐’는 불만 어린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서부발전 관계자는 “고덕국제신도시의 사업지연 등으로 사업성 확보가 어려워 집단에너지 사업을 철회했다”며 “하지만 2단계 복합발전소는 설계 당시 열공급이 가능하도록 반영이 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삼천리 관계자는 “2009년 집단에너지 사업 허가를 받을 당시에 비해 여러 가지 여건이 바뀌면서 택지지구 내에 열병합발전소를 지어 지역난방을 공급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며 “입주 예정자들에게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해영ㆍ이명관ㆍ정민훈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