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하사 아가씨’

이연섭 논설위원 ys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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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여성들만 모이는 어떤 모임이 있었다. 이야기 끝에 자연스레 이슈가 되고 있는 송영근 의원의 ‘하사 아가씨’ 발언으로 이어졌다. 모임 참석자들은 열을 올리며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송 의원에 대해 집중 성토했다. 그리고 송 의원은 국회의원의 자질이 부족한 ‘웃기는 아저씨’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비례대표)은 육군 3성 장군에다 기무사령관을 지낸 육군 엘리트 출신이다. 그런 그가 지난 29일 국회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 특위에서 최근 여군 하사관 성폭행 혐의로 체포된 육군 여단장 사건에 대해 이런 발언들을 했다.

“그 여단장이 지난해 거의 외박을 안 나갔다. 40대 중반인데 성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측면을 봐야 한다” “전국 지휘관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외박을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가정 관리가 안 되고, 섹스 문제 관리가 안 되는 것들이 문제를 야기시킨 큰 원인 중 하나다.” “여단장 문제가 나왔을 때 그 하사 아가씨가 옆에 (하사관) 아가씨한테 얘기했다.”

송 의원의 발언에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하사 아가씨가 뭐냐. 여군 하사관을 아가씨라고 보는 관점이 바로 앞선 (성폭행) 사건의 근본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도 의원의 말처럼 송 의원은 여군을 군인으로 보지 않고 여자로 인식했다. 피해자인 여군 하사를 ‘아가씨’라 지칭한 것은 여군 모독이나 다름없다. 이런 성차별적 발언은 군대 내 여군이 처한 차별적이고 불평등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여단장의 성폭력을 두둔하고 여군을 모욕하는 그의 발언은 잘못된 성윤리 의식과 여군 전체를 모독하는 몰지각한 행태로 비춰진다. 송 의원이 뒤늦게 궁색한 변명을 하고, 군 병영문화혁신 특위 위원직을 사퇴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이유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망언을 하고도 변명에만 급급한 송 의원이 책임을 통감하고 국회의원직을 즉각 사퇴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국여성단체연합도 “해당 특별위원 사퇴로 그칠 일이 아니다. 국회 윤리위원회가 신속한 징계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군 1만 명 시대를 앞두고 있다. 군은 해마다 늘고 있는 군대 내 성폭력의 심각성을 직시해야 한다. 지도부부터 철저하게 양성평등의식으로 무장하고 성폭력 척결 의지를 담은 강력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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