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압둘라 열풍

이연섭 논설위원 yslee@ekgib.com
기자페이지

요르단의 압둘라 2세 이븐 알후세인 국왕이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 인기다. ‘압둘라 신드롬’이라 할 정도로 열풍이 불고 있다.

이는 압둘라 국왕이 요르단 공군 조종사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를 산 채로 불태우는 영상을 공개한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대규모 공습에 나선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숨진 조종사의 이름을 딴 ‘순교자 마즈 작전’이란 이름하에 “가차없는 전쟁을 시작한다”며 전투복 차림으로 직접 군을 진두지휘했다.

압둘라 국왕은 1999년 아버지 압둘라 1세 국왕으로부터 왕위를 물려받기 전까지 군인으로 복무했다. 영국 샌드허스트 왕립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그는 요르단에서 공군 헬리콥터 부대 전술교관, 특전사령관을 역임했으며 코브라헬리콥터 조종사로 명성을 날렸다.

 

방미 중 알카사스베의 사망 소식을 듣고 급거 귀국한 국왕은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의 주인공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극 중 대사 “나는 나에게 총을 쏜 사람과, 그의 아내와 모든 친구들, 그리고 그의 집까지 모두 불살라 버리겠다”를 인용한 뒤 “IS는 지금껏 겪어 보지 못한 응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투복을 입고 진두지휘하는 모습은 ‘압둘라 국왕의 단호한 리더십을 국내 정치 지도자들이 본받아야 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인터넷 포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됐다.

‘진정한 국왕, 요르단 국민이 부럽다’는 글도 있고, ‘요르단은 군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왕이 국민을 위해 앞장서는데…. 대한민국과 너무 비교된다’는 글도 올라왔다. 압둘라 국왕이 공수낙하 훈련을 직접 지휘하는 모습을 담은 유튜브 동영상도 수백 건씩 공유되고 있다.

압둘라 국왕의 강력한 대응에는 요르단 정부가 알카사스베 중위를 구출하는데 소홀했다는 국내 비판을 잠재우려는 측면이 있다. 군인 출신의 국왕이 전투복을 입은 것 자체가 대단한 화제도 아니다. 그럼에도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건 위기때 국가 지도자의 역할과 리더십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등 국가적 난제가 벌어질 때마다 국론이 사분오열됐던 대한민국이다. 우리 국민들 입장에선 국가적 충격과 위기 상황에서 국민들이 분열되지 않고 통합할 수 있게 한 압둘라 국왕의 리더십에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국가 위기에 용감하게 나서는 지도자, 위기 속에서 국민을 통합시킬 수 있는 지도자가 부러운 거다.

이연섭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