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현수막에 ‘새생명’… 착한 일자리 ‘산실’

친환경 예비 사회적기업 ㈜닉스월드

▲ 로프 생산과정을 시연하고 있는 곽상욱 오산시장.

‘사회적 기업’이란 취약계층이나 소외된 저소득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며 제품을 생산판매 하는 기업을 말한다.

기업의 이익은 사업체와 지역사회를 위해 재투자되고 기업 운용방식도 친환경적, 민주적 운용 등을 특징으로 한다.

세계적으로는 1900년대부터 민간에서 시작됐고 1990년대부터 국가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추진됐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사회적 기업육성법’이 제정되면서 본격화됐다.

폐 현수막을 활용해 로프 등 다양한 리폼제품을 생산하는 ㈜닉스월드(대표 김은자)는 국내 대표적인 친환경 예비 사회적 기업이다.

■ 폐 현수막 활용 친환경 리폼제품 생산

공공기관과 민간에서 각종 행사나 모임 등을 홍보하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현수막은 사용 후에는 대부분 소각 처리된다.

현수막은 원단의 주성분이 플라스틱과 같은 폴리에스터로 소각하는 과정에서 다이옥신 등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발생하는 등 2차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폐 현수막은 전국적으로 1년에 약 5천t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재활용되는 비율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2011년 오산시 가장산업단지에서 창립한 ㈜닉스월드는 사용 후 대부분 소각 처리되는 폐 현수막을 재활용해 여러 가지제품을 생산하는데, 생산직 근로자 전원이 사회 취약계층이다.

2012년 2월에 오산형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됐고 6월에는 경기도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받은 ㈜닉스월드는 창립한 지 4년여밖에 되지 않았지만 폐 현수막을 재활용하는 획기적인 기술개발로 주목받고 있다.

㈜닉스월드는 오산시와 인근 화성시, 안산시, 평택시에서 수거한 폐 현수막을 여러 단계의 공정을 거쳐 천로프, 줄넘기, 청소용마대, 앞치마, 시장바구니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10여 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중에서 국내 최초로 개발한 천로프와 반사로프는 그 쓰임새가 광범위해 ㈜닉스월드의 주력생산품이다.

 

▲ 직원들과 함께.

■ 천로프∙반사로프 독자개발 ‘이목 집중’

현수막 천을 꼬아 만든 천로프는 용도에 따라 굵기와 길이가 다양한데 1묶음은 평균 150m∼200m로 일반로프에 비해 30∼50% 정도 저렴하다. 또 색상이 화려해 시야 확보가 유리해 안전사고 예방용으로 적합한 장점을 갖고 있다.

㈜닉스월드는 이렇게 생산한 천로프를 2012년 6월에 오산 고인돌 공원과 고현동 어린이공원에 관리로프로 시공해 그 효용성을 인정받았다.

이후 오산 필봉산 등산로와 공원, 삼림욕장 등에 잇따라 시공되면서 가격대비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았다. 특히, 전국 등산로의 안전용과 산림보호용, 둘레길은 물론, 양식장의 종패섭생이나 성장지주대용으로도 적합해 판로가 점차 확대되기 시작했다.

천로프에 이어 닉스월드가 독자적으로 개발해 이목을 집중시킨 제품이 ‘반사로프’다. 반사로프는 기존의 천로프에 특수 코팅된 반사천을 접목해 만든 것으로 빛을 반사시키는 특징이 있다. 낮에는 햇빛을 반사시키고 어두운 곳에서 조명을 받으면 빛을 발산하도록 제작됐다.

이 같은 특징으로 건설현장이나 행사장, 공공장소, 위험지대 등에 설치해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데 적합하다.

반사로프는 현재 오산 수청공원과 필봉산 등산로 등에 설치돼 야간에 산책과 등산을 하는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었으며, 덕유산국립공원 안전로와 물향기수목원에도 납품했다.

용도에 맞게 길이와 굵기, 색상 등을 다양하게 디자인할 수 있는 반사로프는 산책로, 울타리, 부지경계, 놀이터, 골프장 코스관리용은 물론 실내 인테리어용 등 활용도가 점차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 취약계층∙저소득층 직원 우선 채용

천로프와 함께 닉스월드의 독특한 아이디어로 폐 현수막을 재활용한 제품이 ‘수목보호대’다.

수목보호대는 겨울철 제설작업에 사용된 염화칼륨으로부터 도로 중앙분리대의 수목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하는 차단막으로 주로 짚으로 만든 것을 설치했었다. ㈜닉스월드는 폐 현수막을 두 겹으로 접어 40㎝ 높이로 재단한 ‘현수막 보호대’를 제작해 지난해 12월 오산시 경기대로와 동부대로 등 4㎞ 구간에 설치했다.

현수막 보호대는 짚 보호대에 비해 설치와 철거가 쉽고 수목보호 효과가 높다는 장점과 함께 소요예산도 30% 절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닉스월드는 줄넘기, 청소용 마대, 앞치마, 시장바구니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10여 개의 리폼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닉스월드의 로프생산 공정은 수거한 폐 현수막을 분리하는 작업에서 시작된다.

현수막에서 각목 막대와 PP끈, 현수막 천을 각각 분리한 후 현수막 천을 4m 단위로 연결하는 재봉작업과 재단, 연사가공을 거쳐 밧줄을 생산한다. 비교적 공정은 단순하지만 수거한 현수막을 분리하는 공정은 단순작업이지만 일일이 사람이 해야만 하는 특징이 있다.

사회적 기업으로 출범한 닉스월드는 창업 때부터 취약계층을 우선 고용하고 있다. 현재 생산직 근로자 전원이 취약계층이며, 이 중 절반은 몸이 불편한 장애인 직원이다. 생산직원 채용도 지체장애자협회를 통하거나 오산지역자활센터와 업무협약을 맺어 채용하고 있다.

이는 ‘저소득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기업이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한다’는 사회적 기업 설립 목적에 충실하겠다는 닉스월드의 경영철학에 기인한다.

취약계층과 저소득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사회통합과 지역공동체 실현을 위해 이제 막 걸음마를 내디딘 친환경 예비 사회적 기업 ㈜닉스월드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 본다.

오산=강경구기자

[Interview] 김은자 ㈜닉스월드 대표

환경도 살리고 이웃도 돕고 일석이조 사회적기업 매력

 

Q 사회적 기업으로 창업한 이유는

A 현수막은 일상생활에서 많은 정보를 제공하며 유용하게 사용되는데 사용 후에 버려지고 소각되는 것을 보고 자원을 낭비하고 또 환경도 오염된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자원을 아끼고 환경도 살리면서 사람과 더불어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을 찾다가 사회적 기업으로 창업하게 됐다.

Q 회사경영에 어려운 점은

A 아직 우리나라에서 리폼제품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현재 천로프 이외에도 앞치마와 시장바구니, 화분보호대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데 실적이 미미한 상태다. 또 창업 초기에 겪는 경영수지 등 일반적인 어려움이 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사회적 기업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확산되고 지자체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 큰 힘이 되고 있다.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디자이너를 신규로 채용해 ‘반사로프’와 같은 아이디어 제품을 개발하고, 임직원 모두가 친환경 사회적 기업으로서 역할을 다하도록 노력하겠다.

오산=강경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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