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테러, 누군가엔 해방?

김종구 논설실장 kimjg@kyeonggi.com
기자페이지

BBC 언론인 데이비드 제슬은 1985년 방송된 ‘사태의 핵심(Heart of the Matter)’에서 말했다. “테러리스트의 극악무도함에 직면해서도 균형 감각을 잃지 않는 것이 평화의 열쇠다”. 미국 랜드 연구소의 제프리 사이먼도 1987년 비공식 보고서에서 지적했다. “수년 동안 워싱턴은 테러리즘에 대한 본능적이고 감정적인 혐오감이 테러리즘의 위험성에 대한 합리적 평가를 간과하도록 방치했다. 테러리스트는 대(對) 테러리스트의 어떠한 승리조차도 단 한 번의 잘 설치된 폭탄으로 역전시킬 수 있다”. 테러에 대한 정규군 투입을 억제하는 당시의 논리가 그랬다. ▶이런 주장에 재갈을 물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9·11 테러로부터 2개월이 흐른 추수감사절에 부시 대통령이 연설했다. “미국은 세계 모든 국가에 드리는 메

시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만일 당신이 테러리스트를 돕는다면 당신도 테러리스트입니다… 세계의 어떤 곳에서든지 그리고 끝나는 날이 언제든지 우리는 이런 악마들과 싸울 것입니다”. 그렇게 테러와의 전쟁(War on Terrorism)은 시작됐다. 그리고 10년 뒤인 2011년 5월 2일, 오사마 빈 라덴이 살해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알 카에다의 괴멸을 선언하며 이라크에서 철수했다. ▶그로부터 3년여. 세계인이 경악하고 있다. 더 잔인하게 돌아온 테러리즘 앞에 할 말을 잃고 있다. IS(Islamic State)의 등장이다. 일본인 2명을 참수했다. 요르단 군인을 화형시켰다. 미국 여성도 참수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괴멸시킨 알 카에다의 하부에서 기생해온 조직이다. 2003년 만들어진 이들이 급성장한 것은 공교롭게도 오사마 빈 라덴이 살해된 직후다. 이슬람 세계의 새로운 주인을 자처하며 부각됐다. 알 카에다 보다 더 부유하고 더 잔인한 테러로 무장했다. 미국 행정부 내에서 지상군 투입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국의 찰스 타운센드는 그의 저서 ‘테러리즘, 누군가의 해방 투쟁’에서 ‘테러에 대한 무장 공격은 또 다른 테러를 낳을 뿐’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런 분석은 알 카에다에서 IS로 이어지는 이슬람 테러의 질긴 생명력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그런 테러와의 끝없는-결코 승리할 수도 없는- 전쟁을 미국이 또 시작하려 한다. 그 사이에 대한민국이 끼어 있다. 2004년에는 한국인 김선일씨가 이라크 무장 단체에 참수 당했다. 연초에는 10대 김모군이 IS에 가입하겠다며 사라졌다. 지금 이라크에는 1천여 명의 한국인이 먹고 살기 위해 일하고 있다.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이 대한민국 국민 누구에겐 ‘테러 속 생존 투쟁’이 될 수도 있다.

김종구 논설실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