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기자 시절 술자리에서 모 선배와 나눈 대화가 요즘 생각난다. 당시 선배는 수습기자의 고달픈 생활을 위로하려고 자신의 신입기자 생활을 자세히 이야기해 줬다.
밤새도록 파출소를 돌고, 사건 취재를 위해 고속도로 갓길을 달렸던…. 선배 술자리 얘기의 요지는 ‘나 때는 더 힘들었다’ 그러니 ‘열심히 해라’ 였다. 그 말을 듣고 형식적으로 대답하며 선배에게 술잔을 권하곤 했다.
시간이 지난 지금 술자리에서 선배가 한 것처럼 내 과거 무용담을 후배들한테 늘어놓는 자신을 인식하면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과거에 대한 이야기는 세대를 불문하고 술자리 주요 안줏거리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산다는 말이 맞다.
최근 세대를 불문하고 복고 열풍이 불고 있다. 그 중심은 대중문화가 주도하는 형국이다. <응답하라 시리즈> ,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토토가> , 영화시장에서는 <국제시장> , <강남 1970> , <쎄시봉> 까지 대중의 성향을 간파한 콘텐츠 제작자들이 너도나도 복고 문화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쎄시봉> 강남> 국제시장> 토토가> 응답하라>
복고 문화상품은 서로 이해득실을 따지며 공감할 수 없는 현실에서 과거 추억을 통해 공감대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몇 년 전 가수 수지를 톱스타로 만든 영화 <건축학개론> 은 첫사랑을 떠오르게 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와 무한도전의 <토토가> 는 이른바 ‘엑스세대’로 불렸던 신세대들이 오랜만에 90년대 왕년의 인기가수들을 보며 추억에 빠졌다. 영화 <국제시장> 은 6ㆍ25 한국전쟁, 파독 광부ㆍ간호사 이야기, 이산가족의 아픔 등 우리 민족 근현대사의 주요 이슈를 등장시켜 관심을 모았다. 국제시장> 토토가> 응답하라> 건축학개론>
우리는 왜 복고에 열광하는가. 현실의 피곤함에 대한 해방구. 급변하는 경쟁사회에 살면서 과거 시절을 회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복고 열풍은 내가 과거에 느낀 감정과 경험을 세대가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소통하고 싶은 심리.
결국 복고열풍은 누군가에게 다들 있을 법한 왕년에 잘 나갔던 무언가를 표출하고 싶은 욕망이 표출된 결과가 아닐까. 복고열풍도 얼마지나지 않아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소통부제의 시대에 소통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를 내는 것은 분명하다.
이선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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