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자유, 그 이상에 대하여

이명관 사회부 차장 mk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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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저 자유예요. 너무 행복해요”

며칠 전 모르는 번호의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온 목소리였다. 순간 당황했다. 한껏 들뜬 여성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숨돌릴 틈도 없이 “여기서는 숨 쉬는 공기조차 틀려. 마음이 너무 편해”라는 말도 이어졌다.

이내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됐다. 바로 향림원에서 각종 인권침해를 당했던 장애인 K씨였다. K씨는 “향림원에서 드디어 나왔어. 핸드폰도 장만했다”고 말했다. 이어 “요새 허리가 아파서 몸은 아픈데 너무 행복해. 걱정없이 살 수 있어서 너무 좋아. 활동보조인도 잘해주셔서 크게 불편한 것도 없어”라고 말하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울컥했다.

 

향림원에서 거주하던 K씨와 Y씨는 최근 향림원에서 벗어났다. 광주시내 작은 빌라에서 함께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은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고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으며 평범한 일상을 찾아가고 있다. ‘내일은 또 무슨 일을 당할까’ 하는 걱정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던 향림원에서의 나날과 달리 이제는 마음 편히 단잠을 잘 수 있어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단다.

문득 몇달 전 향림원 뒤편에서 몰래 이들과 만났던 추억이 떠올랐다. K씨가 전화를 걸어 “너무 보고 싶다”는 말과 함께 “치킨과 맥주가 너무 먹고 싶다”는 얘기를 듣고 며칠 지난 뒤였다. 이미 취재는 끝난 다음이었지만, ‘외롭고 힘들다’고 전하는 이들의 절절한 마음은 우리를 향림원으로 이끌었다.

그들의 절실함은 모든 것이 통제된 생활속에서 숨 쉴 공간을 찾고자하는 몸부림이 아니었는가 싶다. 그리고 그때 또하나를 약속했다. 2015년에는 놀이동산에서 함께 놀고싶다는 그들의 바람을 들어주기로…

이제 이들은 심리적으로 억눌려왔던 무엇인가에서 벗어났다. 진정한 자유를 느끼고 있는 중이다. 취재를 통해 알게된 이들과는 어느덧 단순한 취재원과 기자와의 만남 그 이상이 됐다. 그들은 의지할 누군가가 필요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인연이다. 이번 봄은 기대된다. 날이 따뜻해지면 이들과 함께 콧구멍에 봄바람을 실컷 넣을 수 있기에….

이명관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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