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살인죄 공소시효

이연섭 논설위원 ys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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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명 드라마 제목이기도 한 ‘콜드 케이스(Cold Case)’는 수사가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고 미결로 남은 사건을 의미한다.

녹지 않는 얼음처럼 공소(公訴)를 영원히 유지해 강력범은 반드시 잡겠다는 수사기관의 의지를 담고있다. 실제로 지난달 켄터키주 루이스빌시에 있는 장기 미제사건 전담팀은 30여년 전 무고한 여성을 살해한 70대 진범을 붙잡아 화제를 모았다.

한국과 달리 미국ㆍ일본 등에서는 흉악 범죄의 공소시효를 인정하지 않는다. 공소시효란 범죄사실에 대한 처벌 기간을 말하는 것으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범죄 사실이 확인돼도 처벌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살인죄 공소시효가 15년이었다가 대구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과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되고, 시효가 짧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2007년에 25년으로 늘어났다.

공소시효 폐지가 다시 화두로 떠오른 것은, 1999년 발생한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에 대한 재정신청을 최근 법원이 기각했기 때문이다.

 

1999년 5월, 대구의 한 골목길에서 당시 6살이던 김태완 군이 누군가가 던진 황산을 온몸에 뒤집어썼다. 김 군은 온몸에 3도 화상을 입었고 49일 동안 투병하다 세상을 떠났다. 아이가 이웃 주민을 범인으로 지목했지만,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김 군의 부모가 검찰 수사가 적절했는지 따져달라며 법원에 재정신청을 내면서 지난해 7월이던 공소시효가 잠시 멈췄지만 고등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만약 대법원에서도 기각된다면 공소시효가 만료돼 범인을 잡아도 처벌을 할 수 없게 된다. 공소시효가 25년이라지만 김 군의 사건은 법 개정 전에 일어난 것이어서 소급적용 되지 않는다.

국내 미제 사건은 2010년 20만6천647건에서 2012년 25만4천457건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일종의 미제사건으로 볼 수 있는 검찰의 기소중지도 2010년 10만 명에서 2013년 13만 명으로 늘었다. 장기 미해결 사건은 증가하고 있지만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새정치연합 서영교 의원이 지난 20일 모든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없애는 법안을 발의했다. 영미나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살인을 포함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폐지할 필요가 있다. 피해를 당한 가족은 평생 아픔과 고통 속에 살아가는데 가해자는 일정기간 숨어살면 면죄부를 받게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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