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무히카. 지난달 1일 퇴임한 전 우루과이 대통령이다. 요즘 우리 국민들이 호세 무히카 전 대통령에 열광하고 있다.
인터넷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호세 무히카의 어록과 사진들을 경쟁적으로 올리고 있다. “나는 가난하지만 마음은 절대 가난하지 않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질이 아니라 삶을 누릴 수 있는 시간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동정이 아니라 기회입니다”. 그의 어록들이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의, 그것도 퇴임한 대통령에게 이렇게 관심이 쏠리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출판업계에서도 그의 평전 ‘조용한 혁명’을 국내에 번역, 출간하려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호세 무히카 전 대통령(80)은 ‘세상에서 가장 검소한 대통령’으로 불렸다. 그는 재임 중 대통령궁을 노숙인에게 내주고 농장에서 생활하면서 월급의 90% 이상을 자신이 속한 정당과 사회단체, 서민주택 건설 사업에 기부했다.
수도 몬테비데오 외곽에 있는 자택은 검소함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 집은 거실과 방, 부엌이 1개씩밖에 없는 허름한 농가로 대통령의 집이라 하기엔 민망한 수준이다.
무히카 대통령은 취임후 직원 42명이 관리해 오던 대통령 관저를 노숙인 쉼터로 개방하고 해변 휴양도시에 있던 대통령 별장을 팔아버렸다. 자신은 농가에서 직접 출퇴근했다. 대통령이 된 뒤 달라진 것이라면 경호를 위해 경찰 2명이 인근에서 대기했다는 것뿐이었다.
무히카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많은 것을 소유하는 데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자신의 검소함에 열광하는 사람들에게 “세상이 제정신이 아니다. 내가 평범하게 산다고 놀라워하는데, 그런 관점이 오히려 걱정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퇴임 때 낡아빠진 1987년형 폴크스바겐 비틀을 몰고 대통령궁을 떠났다. 대통령에 당선됐던 5년 전에 이 차를 직접 몰고 출근했던 것처럼.
국민은 그를 열렬하게 지지했다. 물러나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65%나 됐다. 이런 지지율의 밑바탕엔 그의 검소한 모습만 작용한 것이 아니다. 주말에 농사를 짓고, 태풍이 오면 동네 이웃의 집을 고쳐주기 위해 뛰어다니는 와중에도 재임 기간 평균 5%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우리 국민이 그를 존경하고, 국내에서 조명받는 것은 사회 지도층에 대한 불신과 함께 국내 정치인들에겐 없는 진정성과 헌신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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