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이기우 부지사와 火葬場

김종구 논설실장 kimj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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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고등학교라 일컬어지는 기준은 다양하다. 오랜 전통일 수도, 높은 진학률일 수도, 화려한 동문일 수도 있다. 화려한 동문은 그 중에도 가장 흔히 적용되는 기준이다. 국회의원 몇 명, 장관 몇 명, 판ㆍ검사 몇 명, 장군 몇 명…. 이 기준이 지역에 오면 고위 공직자 몇 명, 시장 몇 명, 시ㆍ도 의원 몇 명으로 바뀐다. 이 기준에 의해 명문으로 부각되는 도내 고등학교들이 여럿 있다. 그 가운데 수원의 유신고등학교가 있다. ▶경기 남부의 중심인 수원권 주변의 시장들이 유신고 출신이다. 용인시장(정찬민ㆍ4회)과 화성시장(채인석ㆍ7회)이다. 또 주목되는 건 경기도 고위직에의 포진이다. 부지사 3명 가운데 김희겸(행정 2ㆍ7회) 이기우(사회통합ㆍ10회) 부지사 등 2명이 유신 동문이다. 경기도정 역사에서 부지사 직책이 이렇듯 특정 고등학교 출신에 집중(?)됐던 적도 없다. 지금 ‘경기도 정치 행정의 중심에 유신고가 있다’는 동문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화성 화장장 문제가 끝없이 대립하고 있다. 화성시민과 수원시민의 이익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화장장 설치는 5개 지자체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광역행정이다. 결국엔 경기도가 해결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경기도의 활약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못 푸는 것인지 안 푸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못 푼다면 무능이고 안 푼다면 직무유기다. 그 사이 양 시(市)의 대표자 공개토론에서는 육두문자 직전의 막말까지 나왔다. ▶이기우 부지사의 정식 직함은 사회통합부지사다. 지자체간 통합 조정 기능도 당연히 포함된다. 여기에 화장장 설치를 총괄하는 복지분야의 책임자다. 정치적으로도 이 부지사의 일이고, 행정적으로도 이 부지사의 일이다. 여기에 인맥까지 얽혀 있다. 화성 채 시장과는 유신고 3년 선후배다. 수원 염 시장(수성고ㆍ22회)과는 지역 내 오랜 정치 동지다. 행정ㆍ정치에 인맥까지 얽혀 있는 것이 이 부지사와 화성 화장장의 관계다. ▶행정행위를 풀면서 학연(學緣)을 빌미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지금의 화성 화장장 문제-특히 수원시와 화성시의 관계-는 행정마찰 이전에 정서적인 충돌이다. 인연을 고리 삼은 정서적 접근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 부지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일부에서는 ‘이기우 부지사가 언젠가 수원 시장에 출마할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리 틀린 소문만도 아닌 듯하다. 어쩌면 미래의 어느 날 이 부지사에겐 이런 질문이 쏟아질지 모른다. ‘2015년 화장장 충돌 때 당신은 어디서 무엇을 했느냐’. 그 때 뭐라 할 건가. 궁금하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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