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거짓말의 역습

김종구 논설실장 kimj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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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검찰에 소환되면 긴장한다. 불편한 철제 의자부터 어색하다. 조사관의 싸늘한 눈길도 고통스럽다. 그렇게 긴장하고 첫 번째 조서 작성에 들어간다. 반전은 이때 일어난다. 예상보다 친절(?)하다. 별다른 추궁도 하지 않는다. 말하는 그대로 받아 적어준다. 서서히 긴장이 풀리고 나름의 논리를 풀어낸다. 유리하게도 말하고 거짓말을 보태기도 한다. 1차 조서 작성은 그렇게 마무리된다. 피의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이어 2차 조서 작성이 시작된다. 분위기가 달라진다. 진술 때마다 검찰이 숨겼던 증거들이 쏟아진다. 그리고 그 옆에는 첫 번째 조서가 펼쳐진다. 그 조서의 문구 하나하나를 추궁받는다. 거짓말이 들통나기 시작한다. 피의자가 1차 진술을 후회하기 시작하지만 때는 늦는다. 1차 조서는 이미 구속영장 서류 맨 앞에 첨부된다. 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근거는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다. 1차 조서 곳곳에 남아 있는 거짓말이 ‘증거 인멸 우려’의 근거가 된다. 검찰에서 정설처럼 전해오는 수사기법 중 하나다. ▶자살한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의 품에서 이완구 총리의 이름이 나왔다. 사정(司正)의 신호탄을 울렸던 이 총리였다. 여론이 그를 향했다. 그즈음 나온 이 총리의 해명은 이랬다.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다”ㆍ“(2012) 대선에는 관여하지 못했다”. 심지어 “금품 수수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고도 했다. 그런데 이 해명들을 반박하는 증거들이 속속 나왔다. 23차례 만난 정황도 나왔고, 200여 차례 통화한 기록도 나왔다. 대선 유세 현장에서 찍힌 사진도 나왔다. 거짓말이거나 믿기 어려운 해명이 됐다. ▶결국, 이 총리는 사퇴했다. 대통령도 수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검찰 수사가 기다리고 있다. 수사의 목표는 3천만원 수수 여부다. 누구도 그 진실을 예단할 수는 없다. 이 총리도 돈을 받지 않았음을 힘들여 입증해 나갈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스스로가 쳐놓은 벽이 있다. 국민 앞에 풀어놓은 1차 해명들이다. 그 모든 게 진실임을 입증해야 한다. 아니면 거짓말을 한 이유라도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돈을 받지 않았다는 본건(本件) 해명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1차 조사에서 거짓을 말한 피의자는 2차 조사에서 역습을 당한다. 그러면서 “1차 조사 때 거짓말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꼬이지는 않았을 텐데…”라고 후회한다. 최초 해명을 석연찮게 한 이 총리도 여론의 역습을 당하고 있다. 어쩌면 “처음 해명 때 ‘여러 번 봤지만 돈은 안 받았다’고 말했으면 이렇게 꼬이지는 않았을 텐데…”라고 후회하고 있을지 모른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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