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아베
사과없는 과거사…시진핑ㆍ아베 정상회담서 냉랭
중국과 일본 양국 정상이 모처럼에 만났지만, 분위기는 냉랭했다.
과거사에 대한 사과없는 만남은 현재와 미래도 불투명하게 했다는 평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회담을 열어 관계개선 의지를 표명하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현안을 논의했다. 두 정상의 양자 회담은 이번이 두번째이며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여 만이다.
그러나 시 주석은 아베 총리에게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는 기존 원칙을 재차 강조해 역사인식 문제가 양국간 여전한 걸림돌임을 드러냈다.
시 주석은 회담 시작 부분에서 “작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에서의(중일 정상간) 회담은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며 “중일 양국 국민의 공동 노력으로 어느 정도, 중일 관계는 개선됐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모처럼 만의 기회이니 중일관계의 발전에 대해 아베 총리의 견해를 듣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에 아베 총리는 “지난해 11월 정상회담 이후 일중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한다”며 “일중 관계의 발전은 양국과 양국 국민의 이익이며, 전략적 호혜 관계를 추진함으로써 지역과 세계의 안정과 번영에 기여하는 것은 우리의 책무”라고 말했다.
이날 중국 관영 언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역사 문제는 중일 관계의 정치적 기초에 관한 중대한 원칙의 문제”라면서 “일본이 아시아 주변국의 관심과 우려를 진정으로 대함으로써 역사를 직시한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대외적으로 표출해주길 희망한다”고 과거사에 대한 아베 총리의 의견을 물었다.
아베 총리가 이번 반둥회의에서 일본의 과거 전쟁을 반성한다고는 했으나 침략 언급과 사죄 표명은 하지 않은 것을 에둘러 비판하면서 조만간 이뤄질 아베 총리의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반성과 사죄의 메시지를 담을 것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나와 일본 내각은 여러 기회를 통해 약속했다”면서 “무라야마 담화를 포함한 역대 정부의 역사문제에서의 인식을 계승할 것이란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중국과 일본은 지난 2012년부터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및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 등에 관해 큰 첨예하게 대립하며 관계가 악화됐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반둥회의 연설에서 아시아와 아프리카 정상들에게 “함께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자”고 했지만 “식민지 지배와 침략” “사과” 등의 문구는 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본이 지난 1995년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인정하고 ‘사죄’를 표명한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전 일본 총리도 지난 2005년 반둥회의 연설 때도 같은 핵심 단어들을 사용한 바 있다. 이를 이번에 아베 총리가 송두리째 빼먹은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과 중국 등은 아베 총리의 이 같은 모습은 일본의 역사관에 대한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사진=시진핑 아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22일(현지시간) 열린 아시아 아프리카 정상회의 기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양자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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