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2016 수원 화성 방문의 해’

김종구 논설실장 kimj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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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上)이 이르기를, “아까 팔달산에서 멀리 바라보니 영부(營府)가 웅장하고 여염(閭閻)이 즐비하여 참으로 큰 도회지였다…이 성을 쌓는 것은 장차 억만년의 유구한 대계를 위함에서이니 인화(人和)가 가장 귀중한 것이다. 또 먼 장래를 생각하는 방책을 다해야 하는데, 아까 성터의 깃발 세운 곳을 보니 성 밖으로 내보내야 할 민가가 있었다. 어찌 이미 건축한 집을 성역(城役) 때문에 철거할 수 있겠는가-정조실록 18년(1794) 1월 15일-. 지금 시대 필요한 섬김의 자세다. ▶인부들이 기우제를 이유로 부역을 거부하자 전교하기를, “…일찍이 옛사람들의 오행(五行)에 부연시키는 말을 보건대 ‘많은 사람을 부려서 백성을 수고롭게 하여 성읍(城邑)을 일으키면 양기가 성하기 때문에 가물이 든다’고 하니, 또한 사람들을 동원하여 괴롭히는 것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여 이런 가물이 생기게 되었는지 어찌 알겠는가…본인의 원하는 바에 따라 부역을 정지시켜 비가 오거나 서늘한 기운이 생기기를 기다리도록 하라”하였다. -정조 18년(1794) 7월 11일-. 지금 시대 필요한 소통이다. ▶하교하였다. “화성(華城) 행궁(行宮)에서 연회를 베풀 때에 사민(四民)에게 쌀을 내려주고 기민(饑民)에게 양식을 지급하기로 한 일은 자궁(慈宮)의 뜻을 몸 받아 자궁의 은덕을 알게끔 하려는 뜻에서 나온 것이다. 정리소(整理所)의 경비를 가지고 이 비용에 충당하면 번거롭게 되지야 않겠지만, 이 비용까지 떼어서 준다는 것은 본래의 의도에 벗어나는 일이니, 대내(大內)에서 내린 돈 5천 냥(兩)을 화성부에 내려 보내 넉넉하게 주고 먹이도록 하라.”-정조 19년(1795) 2월 20일-. 지금 시대 필요한 복지다. ▶섬김ㆍ소통ㆍ복지. 2015년을 사는 위정자들이 입에 담는 약속이다. 그 약속이 220여 년 전 정조의 교지 속에 그대로 있다. 그리고 그 정신이 그대로 내려와 수원 지역에 남았다. 수리 시설에 깃들은 위민 정신, 혜경궁 홍씨 회갑연에 깃들은 효 정신, 화성축조에 깃들은 실학 정신, 장용영에 깃들은 국방 정신…. 수원시가 2016년을 정조 정신을 세계에 알리는 해로 정했다. ‘2016 수원화성 방문의 해’다. 28일 추진ㆍ자문 위원단 위촉식을 하고 대장정을 시작했다. 정조가 꿈꾼 ‘영원한 제국’이 이뤄지길 바란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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