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법무부, 생색용 행사 빈축
농촌지역이 농번기를 맞아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청년 일손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농협중앙회와 법무부가 농가의 시름을 뒤로 한 채 보여주기식 행사에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농협과 법무부는 21일 오전 11시 화성시 비봉면 청요2리 마을내 A씨가 운영하는 배 과수원에서 ‘법무부와 농협이 함께 하는 농촌지원 사회봉사활동’ 행사를 가졌다. 당초 이번 행사에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 채인석 화성시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황 장관이 이날 오전 국무총리 내정자로 지명되면서 행사에 불참했고, 이에 최 회장과 채 시장도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화성시 관계자는 “행사 참석 여부는 사정에 따라 바뀔 수 있고, 주최 측에 참석이 어렵다고 알려줬다”고 밝혔다.
대신 법무부에서는 오광수 범죄예방 정책국장이, 농협에서는 이상욱 농업경제대표이사가 대리 참석했으며, 화성시에서는 채 시장을 대리할 대상자를 보내지 않았다.
수원보호관찰소장과 관내 조합장, 법사랑위원 등 이날 행사에 참가한 30여명은 20여분간의 경과보고 시간을 가진 뒤 곧바로 과수농가에 투입됐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배 솎아내기에 대한 설명도 듣지 않은 채 전지 가위를 들고 사진 촬영을 위한 다양한 포즈를 연출하며 배 유과를 잘라내기 시작했다. 이후 참석자들은 20여분간의 짤막한 봉사활동(?) 뒤 과수원 안에 마련된 지정 장소에서 1시간여의 점심식사를 마치고 이날 행사를 종료했다.
일반적인 봉사활동의 경우 봉사자들이 자체 마련하는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지만 이날은 행사 참석자들을 위해 지역 주민들과 고향 주부 모임 회원들이 비빔밥 등 식사를 준비해 오히려 부담감만 안겨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사고 있다.
행사에 참여한 한 농민은 “솎아내기에 대한 설명도 없이 봉사활동에 나서는 것도 문제지만 자칫 잘못하면 농사를 망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너무 보여주기식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아닌 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장관님이 행사 전날 갑작스럽게 참석할 수 없다고 해 보고를 했고, 회장님 대신 경제대표이사님이 참석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많은 시간동안 봉사활동을 해주면 좋지만 일정이 많은 분들인 만큼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일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촌지역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김규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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