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여름

어머니, 어머니, 이 꽃좀 보셔요

논두렁 밭두렁 달려

산등성이로 치달았던 봄이

푸릇한 오월에 실려

자애로운 어머니를 모셔왔습니다

어머니, 어머니의 꽃을 보셔요

성성한 모시적삼일랑

이 연분홍 꽃으로 물들이면 되지요

어머니, 다시는 나를 두고

저 산엘랑 가지 마셔요

낮뻐꾸기가 재촉해도요

접동새 밤새 졸라대도요

찔레순 거뭇 해지도록

어머니께 재롱을 부리겠습니다

태고의 고통을 기쁘게 잉태하여

이 몸을 생겨나게 하신 어머니

오늘만은 어머니의 꽃이

흙먼지 재난의 비비람이

분다 해도 씩씩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나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저 꽃이 눈꽃으로 다

흩어지기 전에 기필코

‘소도’를 찾아낼 것입니다

신의 언덕에서 잊혀진

그 땅에서 우리 천년을 하루로 지내요

색동저고리 벗지 않아도 될 평생의

어머니의 아기이고 싶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나는 왜 어른이 되었을까요

내가 자라지 않았다면

어머니는 작아지지 않으셨을 텐데요

무럭이는 나를 기쁘게

바라보시던 어머니는

그만 나를 잊지 못해

푸릇한 여름산야

하얀 조팝꽃으로 피어

산모통이 돌아설 때 마다

다정히 반겨줍니다.

김영희

제11회 화성시 여성 예능경진대회 백일장 시부문 최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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