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치기 때문에 일을 할 수 없다”
지난 5월 22일,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이와 같은 피켓을 들고 항의시위 끝에 파업에 돌입한 사건이 있었다. 임금인상이나 근무환경을 요구하는 파업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소매치기가 파업의 원인이 된 건 처음 보는 일이었다.
에펠탑은 해마다 220만 명 이상이 다녀가는 파리의 랜드마크.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하여 이 탑을 만들 때만 해도 일부에서 반발이 컸었다. ‘천박하다’는 것이 대종을 이루었고 심지어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 작가 모파상은 자기의 동상이 에펠탑이 보이지 않도록 등을 돌렸다.
급기야 프랑스의 대표적 지식인 300인이 에펠탑 반대선언을 하게 되었고 결국 20년 후에는 철거한다는 조건으로 프랑스 혁명 100주년과 파리 박람회를 기념하는 탑으로 그 해 3월 31일 완공을 보았다.
그러나 ‘천박하다’는 에펠탑이 시간이 갈수록, 눈에 익어가며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고, 마침내 ‘철거’는 없는 것으로 되어 오늘까지도 파리를 상징하는 것이 되었다.
심리학에서는 이처럼 보기 싫은 것도 오래 보면 좋아지는 것을 ‘에펠탑 효과’라는 말까지
생겼다.
에펠탑처럼 많은 나라와 도시들이 그들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귀중한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이나 영국 런던의 의사당 시계탑 ‘빅벤’, 브라질의 ‘예수상’이 대표적인 예이다. 특히 세계 3대 미항이라고 하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코르코바도 산 정상의 ‘예수상’은 연초록의 아름다운 바다에 에워싸인 리우데자네이루 전경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어 관광객의 필수 코스가 되고 있다.
요즈음 세종시에 얼토당토 않은 ‘랜드마크’가 등장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세종시로 국세청이 이전하면서 건물 앞에 조형물을 설치했는데 이름하여 ‘흥겨운 우리 가락’이다. 한복에 갓을 쓰고 춤을 추는 춤꾼의 모습인데 일부에서 춤꾼의 모습이 칼춤 추는 ‘저승사자’같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밖에는 주변의 조명까지 어우러져 그런 인상을 강하게 준다는 것.
국세청의 이미지가 납세자의 눈에 곱지가 않은 것이 사실인데 ‘저승사자’라는 이름이 돌고 도는 것은 더욱 공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5월 17일 이 작품을 국세청에서 100여m 떨어진 대로변으로 옮겼는데 오히려 반응은 신통치가 않다. 그래도 파리 에펠탑처럼 오래 보아야 아름다워 질 수 있을까? 그래서 세종시 미래의 꿈을 담을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까?
물론 세종시에는 몇가지 명물이 있다. 첫째가 높이 42미터의 ‘밀마루 전망대’, 이곳 옛 지명으로 ‘낮은 산등성’이라는 뜻의 이 전망대는 누드 엘리베이터 모양에 360도로 세종시를 한 눈에 조망 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높은 건물들이 하나씩 전망을 가로막고 있고 높이도 낮아 랜드 마크가 될 수 없다. 두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세종 호수공원.
축구장 62개 면적의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특히 50m 높이까지 물을 뿜어 올리는 고사분수와 중앙 수상무대, 바다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하는 백사장은 일품이다.
그러나 이 역시 새 시대를 여는 세계적 명문도시 세종을 나타내기는 그렇다. 그래서 ‘저승사자’ 시비가 나온 김에 세종시에 랜드 마크를 세우는 일을 시작하면 어떨까? 그렇다고 서두르면 또 ‘저승사자’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만큼 각계의 전문가로 심도 있는 작업을 했으면 한다. 이 역시 세종시, 나아가 대한민국의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변평섭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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