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무궁화 사랑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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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 후렴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란 가사가 나온다. 무궁화는 여름 내내 이어 피기를 계속하는 꽃의 특성처럼 끊임없는 외침 속에 고난을 겪으면서도 5천년 역사를 이어온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꽃이다. 질곡의 근세를 살아온 세대에게 무궁화는 애국의 상징이었다. 삼천리 강산이 무궁화 꽃으로 뒤덮이는 이상향을 그리기도 했다.

‘무궁화를 국화로 한다’는 법률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무궁화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나라를 상징하는 꽃이 됐다. 국기봉이 무궁화의 꽃봉오리 형상으로 만들어졌고, 정부와 국회 포장이 무궁화 꽃 도안으로 채택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63년부터는 무궁화를 감싸고 있는 한 쌍의 봉황새 무늬를 대통령 휘장으로 쓰고 있다.

무궁화는 세계적인 정원수로 수많은 품종이 있다. 색깔도 빨강, 분홍, 보라, 흰색 등 다양하다. 우리나라 꽃의 표준으로 정한 것은 분홍 꽃잎 가운데 붉은 무늬가 있는 홍단심과 흰 꽃잎 가운데 붉은 무늬가 들어간 백단심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은 무궁화가 우리 꽃이라는 이유로 뽑아버렸다. 무궁화가 독립운동의 구심점이 되자 꽃가루가 살에 닿으면 부스럼이 나는 ‘부스럼 꽃’이라는 말을 퍼뜨리며 뽑아 불태웠다. 혹은 화장실 옆에 심는 등 천대받는 나무로 전락시켰다.

우리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무궁화를 지켜왔다. 그런데 현대 들어와서 무궁화가 홀대받고 있다. 올봄 벚꽃축제에 300~50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는데 무궁화 축제를 가 본 국민은 얼마나 될까.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이 벚꽃축제와 무궁화축제 현황을 비교한 결과, 벚꽃축제는 4월 여의도 봄꽃 축제를 비롯해 전국에 10여개나 되는데 무궁화 축제는 10월 홍천에서 열리는 축제가 유일하다. 광복절을 전후해 무궁화 전시회와 축제가 열리지만 규모가 작고 산발적으로 열려 호응도가 낮다. 가로수도 벚나무가 140만 그루로 가장 많고, 5위를 기록한 무궁화는 주변에서 보기가 쉽지 않다.

우리 꽃 무궁화를 우리가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관심을 갖겠는가. 무궁화를 국화로 명문화하는 법률을 제정하고 무궁화 보급 및 관리를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국가 지도자들이 무궁화에 관심을 갖고 청와대와 국회 주변부터 무궁화를 심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무궁화를 테마로 한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 중이다. 일회성이 아닌 진정성 있는 무궁화 사랑이 절실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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