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와 케이블을 포함해 요즘 텔레비전은 ‘먹방’(먹는 방송), ‘쿡방’(요리 방송)이 유행이다. 예전엔 맛집을 찾아가던 방송이 인기였다면 이제는 직접 요리를 하고 먹어본다. ‘집밥 백선생’ ‘삼시세끼’ ‘한식대첩’(이상 tvN), ‘마이 리틀 텔레비전’(MBC), ‘냉장고를 부탁해’(JTBC) 등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 ‘집밥 백선생’에서 직접 요리를 하는 백종원씨는 ‘쿡방’계를 평정했다고 할 정도로 인기다. ‘백주부’라는 별명도 생겼다. 요리가 예능을 만나 재미까지 더하면서 안방 티비를 장악했다. ‘판ㆍ검사 시대는 가고 이젠 요리사의 시대’라고 할 정도로 요리사의 인기도 높다.
먹방ㆍ쿡방의 인기와 함께 ‘집밥’ 열풍도 일고 있다. ‘집밥 백선생’은 백종원씨가 요리 불능 네 남자에게 집에서 쉽게 요리를 할 수 있게 전수하는 생활 밀착 예능 프로다. 그만의 비법으로 맛깔스런 김치찌개를 끓여내고, 백주부표 만능간장으로 마늘쫑볶음과 두부조림을 뚝딱 만들어낸다. 그리고 따끈한 밥을 지어 함께 먹는다. 집밥이다.
집밥은 바깥에서 사먹는 밥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1인 가구가 늘고, 가족 구성원의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서, 또는 바쁘고 귀찮아서 집밥을 챙겨 먹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여성포털 이지데이가 집밥 인식조사를 했다. 집밥의 정의를 묻는 질문에 35.3%가 ‘집에서 먹는 밥’이라 답했다.
다음으로 ‘가족 또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먹는 밥’(28.2%)이란 답이 많았고, ‘부모 또는 배우자가 차려준 밥’(21.3%)이 뒤를 이었다. 집밥이란 단어를 떠올렸을 때 느껴지는 감정에 대해선 41.8%가 ‘따뜻하다’고 답했고 이어 ‘건강하다’(27.8%), ‘맛있다’(26%) 순으로 답했다. 집밥을 먹는 이유로는 ‘정을 느낄 수 있어서’(41.6%), ‘정서적으로 좋다고 생각해서’(20.1%), ‘맛있어서’(17.8%)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집밥을 챙겨 먹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사람들이 먹방ㆍ쿡방에 열광하는 이유는 밥을 못먹어서가 아니라 혼자 밥 먹기 싫은 사람들, 정에 굶주린 사람들이 집밥의 감성을 그리워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예나 지금이나 밥은 중요한 소통수단이다. 밥을 나눈다는 것은 음식과 시간을 함께 하는 것 이상의 많은 것을 함축한다. 집밥을 통해 진정 찾고 싶은 것은 단순한 맛보다는 정이고 엄마의 온기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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