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헌집 줄게 새집 다오

김동식 사회부 차장 dsk@kyeonggi.com
기자페이지

어릴 적 공사장에서 한 손을 모래에 묻고 놀던 기억이 난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를 흥얼거리며 모래로 집을 지며 놀다가 공사장 아저씨의 호통(?)에 깜짝 놀라 도망가고 다시 장난치곤 했던 추억이다.

경기도 신청사 이전을 놓고 민선 3기부터 10년 넘게 이전 여부를 둘러싼 잡음이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경기도가 신청사 건립을 위해 현 도청사와 수원시청사 간 맞교환을 제안,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수원시가 현 도청사와 도의회 건물을 매입하면 수원시의회 의사당을 지을 필요가 없고 경기도는 매각 자금으로 신청사 건립비용을 마련할 수 있는 만큼 ‘윈-윈’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서로 얼마의 예산을 줄일 수 있고 불필요하게 공공청사를 건립할 필요도 없다는 등등의 장점들에 대한 여론몰이가 이뤄지고 있다. 또 경기도 문화의 전당이나 수원월드컵재단을 둘러싼 경기도와 수원시의 지분 싸움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장밋빛 청사진까지 나오고 있다.

수원시 출입기자로 등록한 지 3일째인 기자로서는 구체적인 분석이나 빅딜의 효과를 잘 알지는 못한다. 그냥 수원시민의 입장에서 볼 때 수원시가 선뜻 결정하기는 쉽지 않은 제안인 것은 명확하다. 수원시청사를 팔고 그 돈으로 경기도청사를 사는 게 말처럼 쉬울까 하는 생각이다.

국가 단위의 공공기관들도 매각을 통해 비수도권 이전에 나섰지만 아직도 매각하지 못한 채 수년째 전전긍긍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지금 메르스 사태로 나라 전체가 난리인데 이런 얘기들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얼마 전 알고 지낸 경기도청 공무원과 통화 중에 했던 농담 같은 진담이 생각난다. “청사 빅딜을 쉽게 말하면 형님이 새집 사야 하는데 살 사람이 없어서 동생한테 내 집 좀 사줘하는 거 같아요”라고 했더니 “정확한 비유입니다”라면서 서로 웃었다.

김동식 사회부 차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