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A는 대학생이다. 방학을 맞아 정부 투자 기관에 아르바이트를 신청했다. 최장 두 달간 일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고 찾았다. 하지만, A에게 할당된 근로 시간은 한 달 60시간이 전부다. 하루 6시간 기준으로 10일을 넘을 수 없다. 시급 5천800원을 기준으로 한 달에 34만8천원 이상을 가져갈 수 없다. 30일 근로에 104만4천원을 벌 기회는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다. 아르바이트 고용자를 늘리기 위한 정부 지침이 그렇다. ▶엄마 B는 가정주부다. 전업주부 생활 십수 년 만에 직장을 얻었다. 그것도 꿈의 직장이라는 삼성전자다. 오전에 출근해 4시간만 일하면 퇴근이다. 적지 않은 월급에 정식 직원이 누릴 혜택도 모두 받는다. 지원 경쟁도 대단하다. 지역 내 ‘알 만한 인사의 사모님’들도 상당수 일하고 있다. 정부의 ‘여성 고용과 시간 선택제 일자리 창출 대책’에 따른 효과다. 대신, 삼성전자에서 대학생 아르바이트가 사라졌다. ▶아빠 C는 직장인이다. 내년부터 임금피크제가 시행된다. “(노동 시장 개혁 없으면)전체 고용률이 2017년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하락할 것”이라는 한은의 으름장에 회사도 피해갈 도리가 없었다. 55세부터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고 60세까지 일하게 된다. 이 경우 5년간 받을 수 있는 임금은 직전 임금의 240~290% 수준이다. 본봉을 500만원으로 기준할 경우 5년간 덜 받게 되는 돈은 1천500~2천만원이다. 명예퇴직을 하지 않는 한 감수해야 할 손해다. ▶모든 게 일자리 쪼개기다. 아르바이트 한 자리가 셋으로 쪼개졌다. 임시직 자리가 아줌마 고용으로 쪼개졌다. 장기 근속자의 임금이 신입사원에게 쪼개졌다. 아들 A가 받게 된 아르바이트 수입과 엄마 B가 받게 된 여성 취업 수입은 가정의 ‘+’다. 하지만, 아빠 C가 잃게 된 5년간의 기대 수입은 가정의 ‘-’다. 이 가정의 총 계산은 결국 ‘±0’다. 1명(아빠 C)이 하던 근로에 3명(아들 Aㆍ엄마 Bㆍ아빠 C)이 투입된다는 점만 달라진다. ▶박근혜 정부가 시간 선택제 일자리 만들기에 공들이고 있다. 공공분야에서 1만7천개를 만들겠다고 한다. 10대 기업에도 1만3천여개를 요청해놓고 있다. 임금피크제를 핵심으로 하는 노동 시장 개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의 희생이 미래 세대를 살린다’는 감상적 구호가 나붙기고 있다. 정부 뜻대로 일자리는 늘어날 것이다. 가장 C의 가족 고용률이 33%에서 100%로 늘어났듯이…. 문제는 C 가족의 수입과 대한민국의 부(富)는 변함 없다는 점이다. 정부가 발표할 고용률만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게 숫자 놀음이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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