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새(black-faced bunting)는 참새목 멧새과다. 위아래 갈색과 녹색이고 크기는 16㎝ 정도다. 동북아시아에 서식하며 4월 중순에서 5월 중순, 9월 하순에서 10월에 우리나라를 지나간다. 울음소리가 참새처럼 가늘고 짧다. 쉴새 없이 지저귀며 빠르게 행동하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간혹 사람이 촉새에 비유되기도 한다. ‘촉새 같은 사람.’ 말이 많고 경망스러우며 행동이 가벼운 사람을 표현할 때 주로 쓰인다. ▶이 ‘촉새’가 정치권에 느닷없이 등장했던 예가 있다. 2011년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하던 때다. 당시 비대위원 구성은 언론과 당의 최대 관심사였다. 그 인선안이 일부 언론에 먼저 보도됐다. 보도한 언론엔 특종(特種)이었고, 다른 언론엔 낙종(落種)이었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훗날 “촉새가 나불거려서…”라는 표현까지 쓰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의 조직 관리 스타일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입단속에 철저하고 보안을 중시한다. 자신의 뜻과 다른 말이 언론에 얼비치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보안에 허술한 주변인에게 ‘이러면 같이 일을 할 수 없다’는 경고를 했다는 전언(傳言)이 숱하다. 친박 출신의 A씨(공공재단 대표)는 SNS를 하지 않는다. 1년 여전, ‘시대에 뒤진 것 아니냐’고 물었을 때 그가 이렇게 말했다. “(SNS에서) 말을 많이 하다 보면 사고를 친다. 말 많고 말실수하는 것을 (박근혜 대통령은) 제일 싫어한다.” ▶엊그제 청와대 행정관 세 명이 잘렸다. 내부 정보 유출에 따른 책임이라고 한다. 민정수석실이 확인했다는 혐의(?)는 이렇다. 총리 발표 이틀 전쯤 청와대 홍보수석실에 ‘법조인 총리를 염두에 두고 발표를 준비하라’는 지시가 내려갔다. 이 사실을 한 행정관이 여권 인사에게 귀띔했다. 이후 요로를 통해 정보가 전파됐고 결국 언론에 ‘차기 총리 법조인 유력’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다른 두 행정관의 해직 사유도 카톡에서의 말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류 촉새는 사라지고 있다. 중국과 타이, 캄보디아에서 식용 재료로 사용되면서부터다. 보호 강도가 2004년 ‘위협 근접’에서 2008년 ‘취약’, 2014년 ‘멸종위기’로 높아졌다. 국제 조류보호단체인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은 “막대한 양의 해충을 조절하는 생태계 질서가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청와대 주변에서 인간 촉새도 사라지고 있다. 보안을 중시하는 권력의 입맛 때문인 듯 보인다. 촉새의 재잘거림이 귀찮음을 이해하지만, 이러다가 사사로운 정보 나눔의 문화까지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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