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戰 적성전투 중심지 파주 중성산 일대 발굴 軍, 허가 요청 했지만… 칠중성 훼손 우려 난색
“전쟁사적 가치가 높은 만큼 전사자 유해 발굴을 실시하겠다”, “국가지정문화재에서 전사자 발굴은 드문 일인 만큼 전문성이 필요하다”
6ㆍ25전쟁 때 ‘적성전투’의 중심지였던 파주시 적성면 중성산 일원(해발 147m) 전사자 유해 발굴을 놓고 군 당국과 문화재청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16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달 적성면 중성산내 국가지정문화재인 칠중성(七重城) 일대 2천여㎡에서 다음달부터 6ㆍ25전사 유해발굴을 실시하겠다며 전사자유해발굴 허가를 문화재청에 요청했다. 관련 법상 국가지정문화재 발굴허가권은 문화재청에 있다.
군이 유해발굴을 실시하고자 하는 중성산 일대는 6ㆍ25전쟁당시 영국 글로스터대대가 남진하는 중공군을 지연시키기 위해 치열하게 전투를 벌인 적성전투지역으로, 그 중에 칠중성 일대가 대표적이다. 당시 글로스터대대는 652명중 59명이 전사하고 526명이 포로로 잡힌 것으로 전사에 기록돼 있다.
국방부측은 “영국 유력인사들은 중공군 남하를 지연시킨 당시 적성전투를 추모하기 위해 해마다 4월 이곳을 찾는 등 전사적 가치는 물론이고 후대에 남길 의미가 깊어 전사자유해발굴을 진행하려는 것이다”며 “그러나 칠중성같은 국가지정문화재에서의 발굴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문화재청에 허가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국방부의 요청에 대해 문화재청은 국가지정문화재가 있어 어려움이 있다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둘레가 약 800m규모인 칠중성은 신라 선덕여왕(638년) 때부터 백제, 고구려 등 삼국이 각축을 벌였던 곳이고 당나라 침입까지 막았던 1천300년 전 군사적 요충지여서 그 가치를 인정해 2002년 사적 제437호로 지정한 만큼 전사자유해발굴로 칠중성의 파괴나 훼손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측은 “유해발굴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만큼)야산에서의 단순한 발굴 방식이 아닌 유적지에 대한 식견을 갖추고 있는 고도의 전문가를 동원한 발굴 기법을 제시해야 검토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임진강 중류 남쪽에 위치한 칠중성은 역사적, 전사적 가치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사적 지정이후 10여년 넘게 별다른 고고학적 발굴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파주=김요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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