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은혜가 중국방송에 입고 나온 ‘옷’을 두고 촉발된 표절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중국 디자인 서바이벌 프로그램 ‘여신의 패션’에서 도전자로 활약 중인 윤은혜는 지난달 29일 ‘나니아 연대기’를 주제로 한 미션에서 1위를 차지했다. 문제의 의상은 하얀색 코트로 팔 부분에 달려 있는 날개 모양의 레이스가 특징이다.
▶방송이 나가자 패션브랜드 ‘아르케’의 윤춘호 디자이너는 해당 옷이 자신의 디자인을 베꼈다고 주장했다.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국 패션방송에 우리 옷이 나왔다고. 그냥 협찬이 나갔나 하고 넘겼는데 다른 여자분이 만든 옷이었단다”라며 “불쾌하다”고 했다. 공개한 두 장의 사진은 모델만 달랐지 흡사했다.
▶윤은혜 측은 이틀이 지나서야 “소매 프릴의 위치와 형태는 유행하는 트렌드를 접목시킨 것”이라며 “윤춘호 디자이너의 의상을 표절한 적도 없고 표절할 이유도 없다”고 반박했다. 윤 디자이너의 표절의혹 자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노이즈마케팅으로 치부하는 등 감정싸움 양상을 띠면서 치열한 공방마저 예고했다.
▶연예계의 표절 논란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출판계에서도 표절 논란은 단골 메뉴다. 지난 6월에는 소설가 신경숙 씨의 ‘전설’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했다는 의혹으로 시끄러웠다. 신씨의 표절 논란은 문학출판계 권력문제로까지 확대돼 일부 대형 출판사들에 자정과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이내 조용해졌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씨는 저서 ‘에디톨로지’에서 창조는 편집이라고 했다. 그리고 창조의 본질을 ‘낯설게 하기’로 정의했다. 스위스 심리학자 피아제는 ‘생각이란 어디서 한번은 본 것을 머릿속에 다시 떠올리는 것’이라고 했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것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거다. 그런 면에서 윤은혜도 신경숙도 어설픈 초보다.
▶사람들은 인간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낼 수 없다고 믿는다. 그건 신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신이 창조해낸 창조물을 보고 흉내만 낼 뿐이다. 그러니 흉내를 내려면 제대로 냈어야 했다. 좀 더 세련되고, 낯설게 했어야만 했다. 그렇게 못 했다면 우기지 말고 사과하는 게 옳다.
박정임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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