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下多忌諱(천하다기휘) 而民彌貧(이민미빈).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유명한 글귀로서, “천하에 금령이 많으면 많을수록 백성은 더욱더 가난해진다”는 뜻이다.
다스리는 자는 공익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백성들에게 ‘…을 하지 말라’는 금령을 제정하고 이를 어기는 자를 벌하는 등의 작용을 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그 금령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였던 본래의 공익적 목적은 퇴색되고 백성들의 삶을 더욱더 피곤하게 하는 결과 백성의 삶이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위 글귀가 가지는 위력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2500년 전에 살았던 노자의 말이 오늘처럼 첨단화된 사회를 사는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것은 왜일까?
오늘날 정부가 일을 도모하면 할수록 더욱더 많은 반발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나, 정책당국이 더 많은 정책수단을 동원할수록 더 많은 부작용이 일어나는 것들을 보게 된다. 사람들은 날이 갈수록 자신들만의 이익을 도모하려 하기 때문에 분열과 갈등이 심각해짐으로써 점점 더 공익적인 일을 추진하기가 어렵게 되어 가는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정부, 특히 공직자들은 간편한 행정규제를 통해 국민을 통제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고 한편으로는 그러한 규제법령과 그에 따른 집행권의 비대현상 속에 안주하게 되고, 공직자들은 ‘규제’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현상이 국민의 비난을 받는 관료주의인 것이며, 관료주의의 가장 큰 폐해는 바로 규제를 앞세운 행정편의주의로 국민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이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대통령이 수차례 ‘규제를 완화하라’고 주문하였음에도, 최근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각종 규제법령이 더 많아졌다는 소식이 우리 국민의 마음을 우울하게 한다.
노자는, 위의 글귀를 통해 “성인(聖人)은 무위(無爲), 무욕(無欲), 무사(無事)로써 다스린다”는 점을 말하고 싶어 했다고 한다.
오늘날 행정규제를 만들고 집행하는 공직자들에게 노자가 말한 성인이 되어달라고 주문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행정규제를 만들기만 하지 말고,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규제를 찾아내 과감하게 이를 철폐하는 한편, 국민의 경제활동을 조장하여 국민경제가 활기를 찾아가는데 도움이 되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것일 뿐이다.
손범규 前 정부법무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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