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김 주방·장셰프 Kim

김종구 논설실장 kimj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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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x times-Korean beef tartare-Yuk hwe(육회). Bear tang-Thick beef bone soup-Gom tang(곰탕). Knife cut noodle-Noodle soup-Kalguksu(칼국수). Potato soup-port on the bone soup with potatoes-Gamjatang(감자탕). Clear noodle pasta-Glass noodle with sauteed vegatables-Japche(잡채). 우리 음식 육회, 곰탕, 칼국수, 감자탕, 잡채를 표현하는 다양한 표현이다. 맨 앞이 엉터리 이름, 다음은 영어식 표현, 그다음은 로마자 표기다. ▶지금 육회를 ‘Six times’라고 엉터리로 표기한 식당은 없다. 그렇다고 ‘Korean beef tartare’라는 문법적 표현을 쓰지도 않는다. 2013년 10월 발표된 ‘주요 한식명의 로마자 표기 및 번역(영ㆍ중ㆍ일) 표준안’ 덕이 크다. 200개 주요 한식의 이름을 이 표준안이 정리했다. 육회를 ‘Yuk hwe’라고 적고, 곰탕을 ‘Gom tang’이라 적는 너무도 당연한 표준안이다. 이렇게 당연한 표기법을 찾는데 반세기가 걸렸다. ▶이렇게 자리 잡은 음식 한글화가 요사이 엉뚱한 곳에서 망가지고 있다. 요리사 주방장이라는 말이 사라졌다. 대신 셰프(chef)라는 영어 직함이 일반화됐다. ‘chef’에는 ‘최고’ 또는 ‘수석’이란 의미가 있다. 프랑스어 ‘chef decuisine’에서 기원한 단어다. 넓은 의미의 요리사를 의미하는 ‘cook’과는 그런 면에서 차별화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호텔이나 고급 식당에서 일하는 요리사, 주로 양식 요리사를 표현할 때 썼다. ▶지금은 ‘셰프’가 요리사를 칭하는 일반 명사처럼 쓰인다. 언론에 등장하는 유명 요리사마다 ‘셰프’로 소개된다. 여기에 요리사들의 이름도 영어식 일색이다. 에드워드 권, 레이먼 킴, 샘 킴, 루이 강…. 김소희 등 한글 이름을 고집하는 요리사들이 이상해 보일 정도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최고’라는 단어가 적정한지에 대한 객관적 검토는 없다. 그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셰프’라 칭할 뿐이다. 그 배경엔 다분히 ‘주방장’이라는 우리 고유 단어와의 차별화 의도가 있다. ▶최고의 수원 갈비 가보정의 주방장, 40년 전통의 매향통닭 주인장, 억대 매출의 지동순대 골목 김 할머니…. 대한민국 최고 음식을 만들어내는 주인공들이다. 우리는 그들을 셰프라고 부르지 않고, 그들도 셰프라 불리길 원치 않는다. 가장 한국적인 음식, 그래서 가장 세계적인 음식은 이렇게 전통 비법으로 무장한 ‘요리사’와 ‘주방장’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주방장 또는 수석 요리사라고 하면 될 걸 왜 ‘셰프’라고 하나. 며칠 뒤면 한글날이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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