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자리 잃은 공공기관 ‘채용형 인턴’

국가직무능력표준 방식 확산 ‘체험형’만 늘어… 취준생들 불만

공공기관에서 직무능력을 평가하는 ‘국가직무능력표준(이하 NCS)’ 기반 채용 방식이 확산되면서 그동안 일정기간 월급을 주며 직무 능력을 평가하던 공공기관 ‘채용형 인턴’의 설자리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정규직 선발 인원은 제한된 상태에서 NCS 기반 채용이 확대되면 채용형 인턴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2일 한국산업인력공단 등에 따르면 NCS는 기존의 영어성적, 자격증 등 스펙이 아닌 현장에서 직무 수행을 위해 요구되는 지식ㆍ기술ㆍ소양 등을 산업부문별로 체계화해 필요한 능력을 국가에서 표준화한 것으로, 현재 24개 산업의 857개 직종의 표준이 개발됐다. 정부는 이를 활용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직무역량 중심의 채용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취업준비생 사이에서는 NCS 도입으로 일정기간 인턴근무를 통해 직무능력이 입증된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인‘채용형 인턴’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NCS 도입으로 인해 공공기관이 굳이 일정기간 인턴 월급을 주며 직무능력을 평가하는 채용형 인턴을 뽑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37명의 채용형 인턴을 선발한 신용보증기금은 올해 NCS 기반 채용을 도입하면서 체험형 인턴만 144명을 선발했을 뿐 채용형 인턴은 뽑지 않았다.

 

특히 취업준비생들은 이 같이 채용형 인턴이 줄어들면 단순 서류보조 등에 국한되고 정규직 전환이 보장되지 않는 ‘체험형 인턴’만 늘어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공공기관 청년인턴의 정규직 전환율은 현재도 매우 낮은 상태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관영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공공기관 청년인턴 정규직 전환 채용실적’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16개 공공기관에서 청년인턴 1만3천979명을 채용했으나 정규직 전환은 4천88명(29.2%)에 불과했다. 바꿔 말하면 정규직 전환이 보장된 채용형 인턴은 30%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NCS 도입으로 인해 채용형 인턴이 줄어들면 양질의 일자리라 부를 수 없는 체험형 인턴만 늘어나게 될 수밖에 없다. 취준생 이모씨(27)는 “NCS 도입을 통한 직무능력 중심 채용은 바람직하지만 이로 인해 또 다른 채용 방식이 없어지는 것은 우려되는 일”이라며 “체험형 인턴만 증가하는 것은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없애는 일로 NCS 도입과 관계없이 채용형 인턴도 늘어나야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채용형 인턴은 정규 채용 절차의 일환으로 NCS기반 평가와는 무관하고 채용 시 청년인턴 경험자에 대한 가점도 부여하고 있다”며 “향후 공공기관 청년인턴 참가자의 정규직 전환 비율을 높여 청년 실업난 해소에 지속적으로 나설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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