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경본부 세종시 이전, 섣불리 강행 말라

박근혜 정부의 고루한 국토 균형발전 정책의 외고집이 유감이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16일 인천에 있는 국민안전처 산하 해양경비안전본부(해경본부)를 내년 3월까지 세종시로 이전한다고 고시했다. 이에 앞서 청와대는 비서실장 주재 긴급회의를 열고 해경본부의 세종시 이전고시 연기 여부를 논의했으나 기존 방침대로 진행하기로 결론 내렸다. 지역사회의 합당한 반대 여론을 묵살한 독선적 결정이다.

행자부는 “해경본부가 국민안전처와 함께 세종시로 이전하면 명실상부한 재난 컨트롤타워를 갖추게 돼 국민 안전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장인 바다에 가까이 있는 해경본부를 바다와 먼 내륙으로 옮기는 건 그렇잖아도 부족한 현장 감각을 무뎌지게 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곡을 찌르는 옳은 지적이다.

본란은 이미 업무의 비효율성을 들어 해경본부의 세종시 이전을 반대한 바 있다. 행자부는 “해경본부는 현장 대응 부서가 아닌 정책 부서”라며 “해경본부가 이전하더라도 작년 11월 발족한 중부해경본부와 특공대 및 항공단은 인천에 남기 때문에 현장 대응 역량은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기 합리화를 위한 억지 주장이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에서 옛 해경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건 현장 대응 능력 부족이었다. 세월호 사고 당시 해경 지휘부가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고 탓한 게 정부였는데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니 어이가 없다. 무엇보다 위급 상황 때 현장 대응력을 높이려면 해양 재난 컨트롤타워는 현장과 가까운 해안도시에 있어야 한다.

특히 인천해역은 국제여객선의 입출항이 잦고 서해 5도 어장의 효율적 조업관리와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는 중국어선 단속 등 해양 치안 수요가 많은 지역이다. 이처럼 본부 차원의 총력 대응이 필요한데도 해경본부를 인천에서 내륙인 세종시로 이전하는 건 명분도 실리도 없는 어거지 결정이다. 차라리 국민안전처를 인천으로 옮기는 게 합리적이다.

세종시는 수도권 과밀화 억제란 어정뜬 명분과 국토 균형발전이란 낡은 정책을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건설됐지만, 실은 지역주의에 편승한 대선 후보들의 표심잡기 선거용으로 생겨났다. 효율성이 우선인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 정치논리에 의해 기형적으로 탄생한 거다. 그래서 세종시의 비효율성은 지금도 논란거리다. 특히 메르스 사태 등 위기 때 드러난 세종시의 허점을 우리는 절감한 바 있다. 그런데도 이를 모른 체 해경본부를 세종시로 옮기는 건 독단이며 만용이다. 잘못을 과감히 고치는 참된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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